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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도래하는 공동체』 : 모든 귀속의 조건을 거부하는 임의적 특이성

by 이우 posted May 02, 2018 Views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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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의 5월 시위(천안문 광장의 반정부 시위)에서 가장 인산적이었던 점은 그들의 요구 사항에서 확실한 내용이 상대적으로 거의 없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자유는 실제 투쟁 대상이 되기에 너무 일반적이고 광범위한 개념들이었고 유일하게 구체적인 요구였던 '후야오방의 복권'은 즉가 수용되었다. 이런 점에 비추어보면 국가가 보인 폭력적인 반응은 더욱더 불가해 보인다. (...)

  도래하는 정치가 새로운 이유는 그것이 더 이상 국가의 정복이나 통제를 쟁취하는 투쟁이 아니라 국가와 비국가(인류) 사이의 투쟁이며 임의적 특이성과 국가 조직 사이의 극복될 수 없는 괴리가 될 것이다. (...) 임의적 특이성들은 아무런 사회도 형성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임의적 특이성들이 옹호해야할 아무런 정체성도, 인정받아야 할 아무런 사회적 귀속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는 결국에는 정체성에 대한 요구는 어떤 것이든 받아들일 수 있다.

  국가가 어떤 식으로든 용인할 수 없는 것은 특이성들이 어떤 정체성을 확언하면서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자 인간들이 재현하고 대표될 수 없는 귀속의 조건 없이도 함께 귀속된다는 것이다. 알랭 바디우가 보여주었듯 국가는 자신이 곧 그것의 표현인 사회적 결속을 기반으로 세워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금지하는 것인 해체와 해소를 기반으로 세워진 것이다. 따라서 국가에게 중요한 것은 결코 특이성 그 자체가 아니라 오직 그 특이성을 어떤 정체성 안에, 임의의 정체성 안에 포함시키는 무제이다. 하지만 어떤 정체성으로 확정되지 않은 임의성 그자체의 가능성은 국가가 대응할 수 없는 위협이 된다.

  대표·재현될 수 있는 아무런 정체성도 갖지 않은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국가와 완전히 무관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 문화에서 인간 생명의 신성함이란 우선적 도그마와 공허한 인권 선언이 은폐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케르(sacer)*는 ‘인간세계에서 배제된 자이며 사람들은 그를 희생물로 바쳐서는 안되지만 죽일 수 있었고 그것은 살인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볼 때 유대인 학살을 두고 학살자들이나 그들의 판사 모두 그것을 살인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판사들은 도리어 유대인 학살을 인류에 대한 범죄라고 평가했다는 사실, 또 승전국들은 이러한 정체성의 결여를 어떤 국가 정체성을 승인함으로써 보완하고자 했던 사실, 그리고 이것은 새로운 학살을 불러왔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한 것이다.

  귀속성 자체, 자신의 언어 속 존재 자체를 전유하기 위해 모든 정체성과 모든 귀속의 조건을 거부하는 임의적 특이성은 국가의 주적이 된다. 이러한 특이성들이 자신의 공통적 존재를 평화롭게 시위하는 곳 어디에나 텐안먼을 발생할 것이며 머지 않아 탱크는 등장할 것이다. (...)

- 『도래하는 공동체』(조르조 아감벤 · 꾸리에 · 2014년) p.117~120



   ...........................

  *사케르(sacer) : 사케르(Sacer)는 라틴어로 '신법의 영역으로 들어가지도 못하면서 단순히 인간의 법정 밖으로 내쫓긴 존재'를 의미한다. 사케르의 삶은 인간적 관점에서 보나 신의 관점에서 보나 아무런 가치도 없다. 호모 사케르를 죽이는 것은 법으로 처벌받는 범죄가 아니었고, 호모 사케르의 생명은 종교적 제물로도 쓰일 수 없었다. 오직 법이 부여하는 인간적 의미를 박탈당하고 신적인 의미도 박탈당한 사케르의 생명은 무가치한 것이다. 사케르를 죽이는 것은 신성 모독도 아니지만 같은 이유로 사케르는 제물로도 봉헌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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