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철학] 『도래하는 공동체』 : 모든 귀속의 조건을 거부하는 임의적 특이성

by 이우 posted May 02, 2018 Views 3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책_도래하는 공동체_900.jpg


  (...) 중국의 5월 시위(천안문 광장의 반정부 시위)에서 가장 인산적이었던 점은 그들의 요구 사항에서 확실한 내용이 상대적으로 거의 없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자유는 실제 투쟁 대상이 되기에 너무 일반적이고 광범위한 개념들이었고 유일하게 구체적인 요구였던 '후야오방의 복권'은 즉가 수용되었다. 이런 점에 비추어보면 국가가 보인 폭력적인 반응은 더욱더 불가해 보인다. (...)

  도래하는 정치가 새로운 이유는 그것이 더 이상 국가의 정복이나 통제를 쟁취하는 투쟁이 아니라 국가와 비국가(인류) 사이의 투쟁이며 임의적 특이성과 국가 조직 사이의 극복될 수 없는 괴리가 될 것이다. (...) 임의적 특이성들은 아무런 사회도 형성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임의적 특이성들이 옹호해야할 아무런 정체성도, 인정받아야 할 아무런 사회적 귀속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는 결국에는 정체성에 대한 요구는 어떤 것이든 받아들일 수 있다.

  국가가 어떤 식으로든 용인할 수 없는 것은 특이성들이 어떤 정체성을 확언하면서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자 인간들이 재현하고 대표될 수 없는 귀속의 조건 없이도 함께 귀속된다는 것이다. 알랭 바디우가 보여주었듯 국가는 자신이 곧 그것의 표현인 사회적 결속을 기반으로 세워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금지하는 것인 해체와 해소를 기반으로 세워진 것이다. 따라서 국가에게 중요한 것은 결코 특이성 그 자체가 아니라 오직 그 특이성을 어떤 정체성 안에, 임의의 정체성 안에 포함시키는 무제이다. 하지만 어떤 정체성으로 확정되지 않은 임의성 그자체의 가능성은 국가가 대응할 수 없는 위협이 된다.

  대표·재현될 수 있는 아무런 정체성도 갖지 않은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국가와 완전히 무관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 문화에서 인간 생명의 신성함이란 우선적 도그마와 공허한 인권 선언이 은폐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케르(sacer)*는 ‘인간세계에서 배제된 자이며 사람들은 그를 희생물로 바쳐서는 안되지만 죽일 수 있었고 그것은 살인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볼 때 유대인 학살을 두고 학살자들이나 그들의 판사 모두 그것을 살인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판사들은 도리어 유대인 학살을 인류에 대한 범죄라고 평가했다는 사실, 또 승전국들은 이러한 정체성의 결여를 어떤 국가 정체성을 승인함으로써 보완하고자 했던 사실, 그리고 이것은 새로운 학살을 불러왔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한 것이다.

  귀속성 자체, 자신의 언어 속 존재 자체를 전유하기 위해 모든 정체성과 모든 귀속의 조건을 거부하는 임의적 특이성은 국가의 주적이 된다. 이러한 특이성들이 자신의 공통적 존재를 평화롭게 시위하는 곳 어디에나 텐안먼을 발생할 것이며 머지 않아 탱크는 등장할 것이다. (...)

- 『도래하는 공동체』(조르조 아감벤 · 꾸리에 · 2014년) p.117~120



   ...........................

  *사케르(sacer) : 사케르(Sacer)는 라틴어로 '신법의 영역으로 들어가지도 못하면서 단순히 인간의 법정 밖으로 내쫓긴 존재'를 의미한다. 사케르의 삶은 인간적 관점에서 보나 신의 관점에서 보나 아무런 가치도 없다. 호모 사케르를 죽이는 것은 법으로 처벌받는 범죄가 아니었고, 호모 사케르의 생명은 종교적 제물로도 쓰일 수 없었다. 오직 법이 부여하는 인간적 의미를 박탈당하고 신적인 의미도 박탈당한 사케르의 생명은 무가치한 것이다. 사케르를 죽이는 것은 신성 모독도 아니지만 같은 이유로 사케르는 제물로도 봉헌할 수 없었다.








?

  1. 03
    May 2018
    09:26

    [철학] 『니코마코스 윤리학』 : 왕도정체 · 귀족정체 · 금권정체 · 참주정체 · 혼합정체 · 민주정체

    제10장 정체의 종류 (...) 정체(政體)에는 세 종류가 있고, 그것들이 왜곡된 또는 타락한 형태도 셋이다. 세 종류의 정체란 왕도정체와 귀족정체(aristokratia, 최선자정체), 그리고 세번째로 재산평가에 근거한 정체이다. 세번째 정체는 금권정체*라고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62 file
    Read More
  2. 03
    May 2018
    08:37

    [철학] 『니코마코스 윤리학』 : 분배적 정의(正義, justice)와 조정적 정의, 정치적 정의

    제3장 기하학적 비례에 따른 분배적 정의 (...) 분배에서의 정의는 어떤 가치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한다. 그러나 누구나 같은 종류의 가치를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 민주정체 지지자들은 자유민으로 태어난 것이, 과두정체 지지...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51 file
    Read More
  3. 02
    May 2018
    20:54

    [철학] 『도래하는 공동체』 : 도래하는 존재는 임의적 존재이다

    (...) 도래하는 존재는 임의적 존재이다. 스콜라 철학이 열거하는 초범주개념들 가운데 개별 범주 내에서 사유되지 않지만 다른 모든 범주의 의미를 조건 짓는 단어가 바로 형용사 ‘쿼드리벳(quodlibet)*’이다. 이 단어를 통상 “어떤 것이든 무관하다”는...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46 file
    Read More
  4. 02
    May 2018
    20:52

    [철학] 『도래하는 공동체』 : 개별자와 보편자 사이의 모순은 언어에 기원을 둔다

    (...) 개별자와 보편자 사이의 모순은 언어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실제로 '나무'란 단어가 모든 나무를 무차별적으로 지칭할 수 잇는 것도 그 단어가 특이한(singular) 불가언적적 나무들 대신에 그들의 보푠적 의미를 가장하기 때문이다. (...) 보편...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36 file
    Read More
  5. 02
    May 2018
    20:49

    [철학] 『도래하는 공동체』 : 파시즘과 나찌즘은 극복된 것이 아니다

    (...) 만일 우리가 인류의 운명을 다시 한 번 계급의 개념으로 사유하고자 한다면 오늘날에는 더 이상 사회 계급이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모든 사회 계급이 용해되어 있는 단일한 행성적(planertaria) 소시민 계급 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34 file
    Read More
  6. 02
    May 2018
    20:47

    [철학] 『도래하는 공동체』 : 모든 귀속의 조건을 거부하는 임의적 특이성

    (...) 중국의 5월 시위(천안문 광장의 반정부 시위)에서 가장 인산적이었던 점은 그들의 요구 사항에서 확실한 내용이 상대적으로 거의 없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자유는 실제 투쟁 대상이 되기에 너무 일반적이고 광범위한 개념들이었고 유일하게 구체적...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36 file
    Read More
  7. 01
    May 2018
    15:02

    [철학] 플라톤의 「향연」 : 사랑은 결핍이다

    (...) "친애하는 아가톤, 자네는 먼저 에로스가 어떤 분인지 밝힌 다음 그분이 하는 일을 논하겠다고 말함으로써 이야기를 훌륭하게 시작한 것으로 생각되네. 자네가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한 것에 나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네. 자네는 그분이 어떤 분인...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40 file
    Read More
  8. 26
    Apr 2018
    03:49

    [철학] 『안티 오이디푸스』 : 의미, 그것은 사용이다.

    오이디푸스와 믿음 (...) 중요한 것은, 오이디푸스는 잘못된 믿음이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이란 것이 필연적으로 잘못된 어떤 것이요, 실효적 생산을 빗나가게 하고 질식시킨다고 말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까닭에 견자(見者)란 가장 덜 믿는 자이...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78 file
    Read More
  9. 13
    Apr 2018
    02:30

    [철학] 권력의지와 영원회귀에 대한 결론

    (...) 신의 죽음 또는 죽은 신이 자아(Moi)로부터 자아의 동일성과 관련하여 지니는 유일한 보증을, 말하자면 통일을 이루는 자아의 실체적인 기반을 빼앗아버린다고 말하였다. 즉 신이 죽었기 때문에 자아는 이제 소멸되거나 증발되어 사라지는 것이다....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58 file
    Read More
  10. 19
    Mar 2018
    12:40

    [사회] 미니마 모랄리아 : 에로스(eros) 혹은 관능(sense)

    (...) 에로틱의 질적인 영역에서 가치전도가 일어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자유주의 아래서 상류사회의 기혼 남성들은 양갓집 규수로 자란 정실부인만으로는 충분히 만족하지 못하고 연예인이나 집시 여인, 정부나 매춘부로로 부족분을 채우곤 했다. 사...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228 file
    Read More
  11. 13
    Mar 2018
    15:45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선(Good)과 악(evil), 좋음(Good)과 나쁨(Bad)

    (...) 브레이은베르흐와의 서신은 모두 8통의 편지가 전해오고 있는데, 각각 4통씩 1664년 12월에서 1665년 6월 사이에 씌어졌다. (...) 곡물중개상이었던 블레이은베르흐는 스피노자에게 편지를 통해 악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다. 처음에 스피노자는 자...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39 file
    Read More
  12. 04
    Mar 2018
    17:58

    [철학] 『선악의 저편』 : 남성과 여성

    232. 여성은 자립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 때문에 '여성 자체'를 남성들은 계몽시키기 시작한다. 이것은 유럽이 일반적으로 추악해지는 최악의 진보에 속한다. (...) 238. (...) '남성과 여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잘못 생각하고, 여기에 있는 헤아...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85 file
    Read More
  13. 01
    Mar 2018
    08:21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도덕(Morals)과 윤리(Ethics) · 정념(passion)

    (...) <너는 저 열매를 막지 말라.> 불안에 사로잡힌 무지한 아담은 이 말을 금지의 표현으로 듣는다. 그러나 정작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담이 먹을 경우에 그 아담을 중독시키게 될 과일이다. 그것은 두 신체의 만...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94 file
    Read More
  14. 01
    Mar 2018
    06:37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코나투스(conatus) · 욕망과 의지, 감정

    (...) 의식 자체도 원인을 가져야 한다. 스피노자는 욕망을 <자신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 욕구(l' appetit)>로 정의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스피노자는, 이것은 단지 욕망에 대한 유명론적 정의일 뿐이며, 의식은 욕망에 아무 것도 첨가하지 않는다고...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16 file
    Read More
  15. 01
    Mar 2018
    04:46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평행론(parallelism) · 신체와 의식

    (...) 스피노자는 철학자들에게 새로운 모델, 즉 신체를 제안한다. 스피노자는 그들에게 신체를 모델로 세울 것을 제안한다. <사람들은 신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를 알지 못한다.> 무지에 대한 이 선언은 일종의 도전이다. 우리는 의식에 대해서, 의...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17 file
    Read More
  16. 28
    Feb 2018
    20:58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철학자의 고독

    (...) 니체는, 자기 자신이 체험했기 때문에 한 철학자의 생애를 신비롭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철학자는 금욕적인 덕목들―겸손, 검소, 순수―를 독점하여, 그것들을 아주 특별하고 새로운, 실제로는 거의 금욕적이지 않은 목적들...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18 file
    Read More
  17. 27
    Feb 2018
    14:28

    [사회] 미니마 모랄리아 : 물 만난 고기떼

    (...) 고도로 집중된 산업이 포괄적인 분배 장치를 갖추게 되면서 유통 부문은 해체되었지만 이 부문은 기이한 사후 생존(Post-Existense)을 시작하게 된다. 거간꾼 직업은 그 경제적 기반을 상실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중개인의 삶이 되며, 심지어 사...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27 file
    Read More
  18. 27
    Feb 2018
    01:01

    [사회] 미니마 모랄리아 : 프루스트를 위하여

    (...) 재능 때문이든 허약한 체질 때문이든 유복한 부모 밑에서 자란 이들이 예술가나 학자 같은 지적인 작업을 갖게 되면 그는 동료라는 역겨운 이름을 가진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남다른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그의 독립성을 질투한...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52 file
    Read More
  19. 02
    Feb 2018
    00:08

    [문학]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입술 · 입맞춤 · 기관

    (...) 나는 키스하기에 앞서 우리가 사귀기 전 그녀가 바닷가에서 지녔다고 생각했던 신비로움으로 다시 그녀를 가득 채워 그녀 안에서 예전에 그녀가 살았던 고장을 되찾고 싶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이런 신비로움 대신에, 나는 적어도 우리가 발베크...
    Category문학 By이우 Views201 file
    Read More
  20. 01
    Feb 2018
    23:45

    [문학]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죽음, 그리고 일상, 생명 에너지

    (...) 우리는 흔히 죽음의 시간이 불확실하다고 말하지만, 이런 말을 할 때면 그 시간이 뭔가 막연하고도 먼 공간에 위치한 것처럼 상상하는 탓에, 그 시간이 이미 시작된 날과 관계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또 죽음이 이렇게 확실한 오후, 모든 시간...
    Category문학 By이우 Views275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 17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