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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안전, 영토, 인구 : '인간에 대한 통치'의 탄생, 사목권력

by 이우 posted Nov 21, 2017 Views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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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에 대한 통치는 두 형태로 나타납니다. 사목적 유형의 권력이라는 관념과 조직형태가 그 중 하나이고, 양심지도나 영혼지도라는 형태가 나머지 하나입니다.

  첫번째 형태로 사목권력의 관념과 조직을 살펴보죠. 왕 · 신 · 수장이 인간과 관련해 목자이고, 인간은 목자와 관련해 무리라는 것은 지중해의 동방 전역에서 매우 빈번하게 발견되는 주제입니다. 이집트, 아시리아, 메소포타미아, 그리고 당연히 히브리인들에게서도 이 주제가 발견되죠. 실제로 이집트, 그리고 아시리아나 바빌로니아의 군주제에서도 왕은 완전히 의례적인 방식을 통해 인간의 목자로 지정됩니다. 가령 파라오는 대관식에서 왕관을 받아 머리에 쓸 때 목자의 휘장을 받습니다. 파라오는 양손에 목자의 지팡이를 받고 인간의 목자로 선언됩니다. 바빌로니아의 군주들에게는 목동이라는 칭호, 인간의 목자라는 칭호가 왕의 칭호에 속했습니다. 또한 이 칭호는 신들 또는 신과 인간의 관계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신은 인간의 목자입니다. 이집트의 어느 송가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말을 읽을 수 있습니다. "라여, 인간이 모두 잠든 때에 불침번을 서시고 자기 무리를 위해 선을 행하는 자여......"

  신은 인간의 목동입니다. 요컨대 이 목자의 은유, 사목에 대한 참조는 주권자와 신의 특정한 관계 유형을 지시할 수 있게 해줍니다. 신이 인간의 목자이고 왕 역시 인간의 목자라면, 어떤 의미에서 왕은 신이 인간을 맡기는 보조 목자인 셈입니다. 이 보조 목자는 하루의 끝, 즉 자신의 군림이 끝나면 자신에게 맡겨진 무리를 신에게 되돌려주어야 합니다. 이렇듯 사목은 신과 인간 사이의 근본적인 관계 유형으로서, 왕은 이 관계의 사목적 구조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시리아의 어떤 송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신의 사목에 참여하는 빛나는 수반자여, 나라를 돌보고 나라를 먹이는 자여, 풍요를 가진 목자여.“ (…)

  특히 사목의 주제는 히브리인들에게서 분명하게 전개되고 강화됩니다. 히브리인들에게 특징적인 것은 바로 목자와 가축 무리의 관계가 본질적, 근본적, 그리고 거의 독점적으로 종교적 관계라는 점입니다. 목자와 가축 무리의 관계로 정의되는 것은 신과 그 백성의 관계입니다. 군주제를 설립한 다윗왕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히브리 왕도 확실하게 목자로 불리지 않았습니다. 목자의 칭호는 신에게 한정된 것이었죠. 단지 몇몇 선지자들만이 신으로부터 인간 무리를 넘겨받았고, 훗날 이 인간 무리를 신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여겨졌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나쁜 왕들, 즉 가축 무리를 털어먹고 흩어지게 만들 뿐 그들을 먹이거나 제 땅으로 이끌 능력이 없는 자들로서 자신의 임무를 방기했다고 고발당한 왕들은 결코 개별적이 아니라 항상 총칭적으로 지목됐습니다. 그러므로 충만하고 긍정적인 형태의 사목적 관계는 본질적으로 신과 인간의 관계입니다. 이것은 신이 백성에게 행사하는 권력 안에 그 원칙, 기반, 완성이 존재하는 종교적 유형의 권력입니다. (중략)

  목자의 권력은 영토에 행사되는 권력이 아닙니다. 그것은 정의상 무리에 대해서 행사되는 권력, 더 정확하게 말하면 어떤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거나 운동하고 있는 무리에게 행사되는 권력입니다. 본질적으로 목자의 권력은 움직이고 있는 무리에게 행사되는 권력입니다. 그리스의 신은 영토적인 신, 성벽 내부에 있는 신입니다. 도시국가든 신전이든 간에 어떤 특권적인 장소를  갖고 있죠. 그에 비해서 히브리신은 물론 걸어다니는 신, 이동하는 신, 방황하는 신입니다. 이 히브리의 신은 백성이 이동할 때 가장 존재가 강해지고 가시적이 됩니다. (중략) 출애굽기는 야훼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당신께서 손수 건지신 이 백성. ...... 힘 있는 손으로 그들을 당신의 성소로 인도해 주십니다." 요컨대 영토라는 단위에 행사되는 권력과 대조적으로 사목권력은 움직이는 무리에게 행사됩니다. (…)

  (…) 두번째는, 근본적으로 사목권력을 선행하는 권력입니다. 이것은 권력에 대한 모든 종교적, 도덕적, 정치적 성격 규정의 일부일지도 모릅니다. 근본적으로 악한 권력이 있을까요? 선행을 자신의 기능, 목적, 정당화로 삼지 않는 권력이 있을까요? 선행을 해야 한다는 것은 권력의 보편적인 특성입니다. 그러나 그리스적 사유에서는, 로마적 사유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선행해야 할 의무는 권력을 특정 짓는 여러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권력은 선행, 전능, 부, 스스로를 장식하는 온갖 화려한 상징을 통해 특정 지어집니다. 권력은 적들로부터 승리를 거두고 그들을 무찔러 노예로 삼을 수 있는 능력을 통해 정의됩니다. 또한 권력은 정복의 가능성, 축적될 수 있는 영토와 부 등으로 이뤄진 총체를 통해 정의됩니다. 선행은 권력을 정의하는 일련의 요소 중의 하나일 뿐이죠.

  그러나 사목권력은 전적으로 선행에 의해 정의됩니다. 사목권력의 존재 이유는 선행을 위해 선행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사목권력의 핵심 목표는 무리의 구제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전통적으로 설정된 주권자의 목표, 즉 최고의 법이어야만 했던 조국의 주제와 그리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리에게 확보해줘야 할 구제는 사목권력이라는 주제계에서 대단히 명확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본질적으로 구제는 우선 식량입니다. 식량을 공급 · 확보하는 것이 적절한 방목입니다. 목자는 손수 먹이는 자입니다. 한편으로 목자는 먹이기 위해 가축을 좋은 목초지로 인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축들이 먹고 있는지, 잘 먹고 있는지 스스로 실제로 확인하는 자입니다. 사목권력은 배려의 권력입니다. 사목권력은 무리를 배려하고, 가축 하나하나를 배려하며, 양들이 고통 받지 않게 경계하고, 무리에서 떨어져 나간 양을 응당 찾아 나서며, 부상당한 양들을 치료합니다. (중략)

  (…) 그리스-로마의 사유와는 완전히 이질적인, 어쨌든 매우 이질적인 사목권력 관념이 서구 세계에 도입된 것은 그리스도교 교회를 매개로 해서였다는 것입니다. 사목권력에 관한 이 모든 주제를 정밀한 메커니즘과 명확한 제도로 응집시킨 것은 그리스도교 교회였습니다. 특수하면서도 자율적인 사목권력을 실제로 조직한 것도 그리스도교 교회였고, 로마제국 내부에 그 장치를 이식해 그 어떤 문명도 알지 못했을 법한 유형의 권력을 로마제국 한가운데서 조직한 것도 그리스도교 교회였습니다. (중략) 모든 문명 가운데에서 서구 그리스도교 문명은 가장 창조적이고, 가장 정복욕이 강하며, 가장 오만하고, 가장 잔인한 문명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특히 서구 그리스도교 문명은 가장 큰 폭력을 반복적으로 행사했던 문명 중 하나였습니다. 그렇지만 이와 동시에 서구의 인간은 그리스인이라면 누구도 용납하지 않았을 것, 즉 자기자신을 양떼 속의 한 마리 양으로 여기는 법을 수천년 동안 배워왔습니다. 이것이 제가 강조하고 싶은 역설입니다. 서구의 인간은 자신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해 줄 목자의 구원을 갈구하도록 수천 년 동안이나 배워왔습니다.

  서구의 가장 기묘하면서도 가장 특징적인 권력형태, 가장 크고 가장 지속적인 재산을 불러들일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된 이 권력형태는 초원에서 탄생한 것도, 도시에서 탄생한 것도 아닙니다. 자연 그대로의 인간 쪽에서 탄생한 것도, 최초의 제국에서 탄생한 것도 아닙니다. 서구의 지극히 특징적인 이 권력형태, 제 생각으로 여러 문명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독특한 이 권력 형태는 양떼치기, 일종의 양떼치기 문제로 간주된 정치에서 탄생했습니다. (...)

  - <안전, 영토, 인구- 콜레주드프랑스 강의 1977~78년 >(미셀 푸코 · 난장 · 2011년 · 원제 : Securite, territoire, population) p.180~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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