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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안전, 영토, 인구 : 통치란 사람들을 적절한 목적으로 이끌기 위해 사물을 배치하는 일이다

by 이우 posted Nov 21, 2017 Views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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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_안전영토인구.JPG 
  (...) 16세기에 '경제'라는 말은 통치의 한 형식을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18세기가 되면 '경제'는 우리의 역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일련의 복잡한 절차를 통해 통치가 개입하는 현실의 한 수준, 어떤 영역을 지칭하게 됩니다. 지금까지가 통치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통치받는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중략)

  우리는 라 페리에르의 텍스트에서 끊임없이 이런 문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통치란 사람들을 적절한 목적으로 이끌기 위해 사물을 올바르게 배치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통치자 ·  통치의 정의에 관한 것과는 다른 몇 가지 새로운 점을 이  두번째 문장과 관련해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통치란 사물을 올바르게 배치하는 일"이라는 문구에서 '사물(choes)'이라는 말에 잠시 주의를 기울여 보겠습니다.

  왜냐하면 <군주론>에서 권력이 표적으로 삼는 대상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면 마키아벨리에게 권력의 대상, 즉 권력의 표적은 두 가지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영토이고 또 하나는 그 영토에 거주하는 사람들입니다. 마키아벨리는 자신의 분석을 위해, 자신의 분석에 고유한 목적을 위해 주권의 특징이었던 어떤 사법적 원칙을 재활용하고 잇을 뿐입니다. 중세에서 16세기까지의 공법체계 내에서 주권은 사물이 아니라 무엇보다 영토에, 결과적으로 그곳에 사는 주민들에게 행사되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영토는 마키아벨리의 공국에서도, 법률 이론가들이나 철학자들이 규정한 주권자의 법률적 주권에서도 근본이 되는 요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략)

  그런데 라 페리에르의 텍스트에서는 통치의 정의가 영토와 결코 연관이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통치되는 것은 사물입니다. 통치는 '사물'을 통치하는 것이라고 말했을 때 라 페리에르가 의미하고자 한 바는 무엇일까요?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사물을 인간과 대립시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통치가 영토와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 인간으로 구성된 복합체와 관계맺음을 보여주는 것이 문제입니다. 요컨대 라 페리에르의 말에 따르면 통치가 담당해야 하는 사물은 인간이지만 그것은 부 · 자원 · 식량 같은 사물과의 관계, 연결, 연류 속에 있는 인간입니다. 물론 특질 · 기후 · 가뭄 · 풍요 등과 더불어 국경을 갖춘 영토도 사물에 포함됩니다. 풍속 · 습관 · 행하고 사유하는 방식 같은 것과도 관계를 맺고 있는 인간, 마짐막으로 기근 · 전염병 · 죽음 등의 사고나 불행과도 관계를 맺고 있는 인간이 바로 사물입니다.

  통치가 인간과 사물의 착종으로 이해되는 사물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확증해주는 상투적인 은유가 하나 있습니다. 통치에 관한 논고들에 늘 참조되는 배의 은유가 그것입니다. 배를 통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물론 그것은 선원들의 책임지고 감당하는 것이지만 그와 동시에 배와 화물을 감당하는 일입니다. 배를 통치한다는 것은 바람과 암초, 폭풍우를 고려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선원들, 구해야 할 배, 항구로 가져가야 할 화물, 바람 · 암초 · 폭풍우 같은 사건들과 맺는 관계가 배의 통치를 특정짓는다고 말할 수 있죠.

  집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컨대 가족을 통치한다는 것은 가족의 소유물을 지키는 것이 본질적인 목적이 아닙니다. 본질적인 목표이자 목적인 것은 가족을 구성하는 개인들과 이 개인들의 재산 증식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사망, 탄생처럼 닥칠 사건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다른 집안과의 인척관계 등 치를 수 있는 일을 고려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총체적 관리가 통치를 결정짓는다고 말할 수 있는데, 이에 비해 가족의 토지, 재산 문제나 군주의 영토주권 획득 문제는 상대적으로 부차적인 요소입니다. 그러므로 본질적인 것은 인간과 사물의 복합체이며, 영토와 재산은 이 본질적인 요소의 변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중략) 통치한다는 것은 사물을 통치하는 것입니다.

  앞서 제가 인용한 텍스트로 되돌아가보죠. "통치란 사람들을 적절한 목적으로 이끌기 위해 사물을 올바르게 배치하는 일이다"라고 라 페리에르는 말했습니다. 그러므로 통치에는 하나의 목적이 있습니다. 통치는 앞서 말한 의미에서 하나의 목적을 위해 사물을 배치합니다. (중략) 즉 통치되어야 할 사물 각각에 적절한 목적을 향해 인도되어야 합니다. (중략) 가령 통치는 가능한 최대한 부를 창출해야 하고, 가능한 한 많은 생계수단을 조달해야 하며, 결국 인구를 증가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 일련의 특수한 지향성이 통치 자체의 목표가 됩니다.

  이 상이한 지향성에 도달하기 위해 행해져야 하는 것이 사물의 배치인데, 바로 이 '배치하다(disposer)'라는 말이 중요합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주권으로 하여금 법에의 복종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잇게 해준 것은 법 자체였습니다. 법과 주권이 철저히 합체되어 있었던 것이죠. 이와 달리 라 폐리에르의 텍스트에서는 인간에게 법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배치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다시 말해 법보다는 전술을, 혹은 법을 최대한 일종의 전술로 활용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일정 수의 수단을 사용해 어떤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사물을 배치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말입니다. (...)

 우리는 오늘날 국가에 대한 사랑이나 협오가 어떤 매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국가의 탄생, 역사, 발전, 국가의 권력이나 그 남용에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본질적으로 국가 문제를 과대평가하는 두 가지 형태가 발견된다고 생각합니다. 첫번째는 즉각적이고 감성적이며 비극적인 형태로서, 우리 앞에 냉혹한 괴물*이 있다는 식의 서정적인 표현이 그렇습니다. 국가문제를 과대형가하는 두번째 형태는 다분히 환우너적이라 역설적인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국가를 몇 가지 기능, 가령 생산력의 발전, 생산관계의 재생산 등으로 환원하는 분석이 그렇습니다. (중략) 이런 관점은 잘 아겠지만, 국가를 공격해야 할 표적으로 만들거나 점유해야 할 특화된 위치로 만듦으로써 국가 자체를 절대적인 존재인 양 만들어 버립니다. (중략)

  우리는 18세기에 발견된 통치성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국가의 통치화는 뒤틀린 현상입니다. (중략) 아주 포괄적이고 대략적으로, 그러니까 정확하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서구에 존재해온 권력의 주된 형태와 주된 경제를 다음과 같이 복원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일 먼저 봉건적 유형의 영토성 안에서 탄생한 사법국가가 있습니다. 사업국가는 대략 관습법과 성문법 같은 법으로 이뤄져 있고 온갖 계약과 소송이 상호작용을 벌이는 사회에 상응합니다. 두번쩨로 국경이라는 유형의 영토성에서 탄생한 행정국가가 있습니다. 15~16세기에 등장한 행정국가는 이미 봉건적이지 않은 국가로서 통제와 규율로 이뤄진 사회에 상응합니다. 마지막으로 통치국가가 있습니다. 통치국가는 이미 본질적으로 영토성에 의해서 정의되지도 않고, 점유된 지표면에 의해서 정의되지도 않습니다. 통치국가를 정의하는 것은 대중(masse)입니다. 그 자체의 부피와 밀도, 그리고 자신들이 퍼져 있는 영토를 지닌 인구 대중 말입니다. (...)

 - <안전, 영토, 인구 - 콜레주드프랑스 강의 1977~78년 >(미셀 푸코 · 난장 · 2011년 · 원제 : Securite, territoire, population) p.146~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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