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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본소득운동의 논리와 실천』: 주인이 되는 노예만이 자유를 얻는다

by 이우 posted Sep 18, 2017 Views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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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건 없는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우리를 자유가 아니라 예속으로 끌고 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그것은 과도한 사회적 · 정치적 개입이며, 공동체에 지나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기껏해야 생활이 어려운 몇 명의 창조적인 사람들을 자유롭게 할 뿐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행한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 도대체 기본소득이 우리에게 무엇을 강요한단 말인가?

  따지고 보면 조건 없는 기본소득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것이 분명히 있기는 하다. 기본소득이 시행되면 싫든 좋든 우리 모두의 앞에 자유가 놓일 것이고, 우리 자신이 포기하지 않은 한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기본소득은 자신이 무엇을 하기를 원하는지,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가고 싶은지 하는 질문과 대답과 결정을 모두 우리 자신에게 넘겨준다. 기본소득은 우리를 예속이 아니라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끈다. 이것을 강요라고 표현한다면, 자유에 대한 강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더 이상 내게 명령을 내ㅈ리지 않는다. 무엇을 할 것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답해야 한다. (...)

  작가인 아돌프 무슈크는 이런 상황이 지닌 역사적인 의미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서양 세게는 소크라테스의 문답법과 더불어 시작되었다. 소크라테스는 그가 던진 질문 때문에 그의 도시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다. 질문이 지닌 이런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질문이 있는데도 용기를 가지고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는 있다. (...) 조건이 없는 기본소득은 새로운 문답법의 시대를 열어갈 기반이 될 것이다. (...)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새로운 대답을 찾아 나설 수 있는 상상력이라는 이름의 자금을 우리 손에 쥐어준다." (...)

  신뢰는 기본소득과 관련해서 사람들이 가장 꺼리는 문제이다. 정곡을 찌르는 핵심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신뢰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될 전제이다. 말하자면 생존의 준비통화와 같은 것이다. (...)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아마 비행기나 지하철은 물론이고 엘리베이터도 타기 어려울 것이다. 음식을 사서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돈을 받고 음식이니 독이 들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세계에 대한 이러한 신뢰는 개성화 과정을 거치면서 약화된다. 세계와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그 대신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강화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하나의 개체 · 주체  · 개인이 된다. 그러나 개성화 과정은 그것의 기초가 되었던 사회에 의해 오히려 제어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 없이도 개인도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조건 없는 기본 소득은 다른 사람들을 신뢰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아울러 그 자체가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를 쌓아갈 수 있는 기초로 작용하기도 한다. 생존의 위협에 직면해 잇는 사람은 신뢰를 받기 어렵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내게 해를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존의 위협에서 자유로운 사람만이 신뢰할 수 있고, 신뢰받을 수 있다. (...) 조건 없는 기본 소득은 다음의 두 가지를 가능하게 한다. 하나는 모든 개인을 생존의 위협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통해 모든 개인을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되게 하는 것이다. (...)

   "자유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프랑스혁명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던 장자크 루소가 한 말이다. 루소가 말한 자유를 기준으로 하면, 오늘날 우리의 노동시장은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는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므로 좋은 싫든 노동시장에 참여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사지 않을 수도 팔지 않을 수도 있는 시장이 자유로운 시장인 것처럼, 자유로운 노동시장도 마찬가지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면 그 일을 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실질적인 노동계약의 자유를 보장해서 우리에게 자유로운 노동시장을 가져다 줄 것이다. (...)

  '소득이 보장되더라도 당신은 일을 할 것입니까?' 사실 이미 수십만 며이 넘는 사람들한테 던져졌던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소득이 보장되더라도 일을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할 것이며, 일과 무관하게 소득이 보장되면 일도 더 잘하게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

  오늘날 우리는 서로의 시민권을 당연하다는 듯이 인정한다. 시민권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 종교·직업·거주지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원하는 곳을 여행할 수 있는 권리 등이 포함된다. (...) 이처럼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는 자유에 관한 권리도 지난 날에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그서은 투쟁과 계몽의 산물이었다. 고대 로마의 노예들에게는 그들을 빌려줄 수도, 팔 수도, 놓아줄 수도 있었던 주인의 손에 그들의 자유가 달려 있었다. 하지만 삶의 기본적 바탕이자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자신의 재산을 가질 수 없었던 노예에게는 주인이 베풀어주는 자유가 그다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했다.

  노예는 땅을 소유할 수 없었고, 임금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노예의 생존은 자신을 소유한 주인의 땅에서 주인이 시키는 대로 일할 때에만 보장되었다.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바탕조차 갖추고  있지 못한 노예에게는 자유를 주는 것은 날지 못하는 새를 새방 밖으로 내던져 놓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노예 신분을 벗어나더라도 생존을 위해서는 결국 새로운 주인을 찾거나 예전 주인에게 돌아가 다시 노예가 될 수밖에 없었다. 생존의 기반을 갖추고 있지 못한 노예에게 자유는 은혜가 아니라, 유예된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다양한 측면에서 이와 유사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이 해야하는 일을 원하게끔 만들어져야 했다. 산업자본주의의 초기에 세워졌던 대부분의 노동훈련원과 교육기관들은 근본적으로 이를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주어진 일을 빈틈없이 수행하는 성실한 사람을 만들기 위해 그곳에서 근면 · 정확성 · 준법성과 같은 덕목들을 가르쳤다. (...) 오늘날의 노동개혁안은 바로 이러한 노동자 교화의 전통에 깇를 두고 있다.

  조건 없는 기본소득이 시행되면 우리는 마침내 이러한 낡은 관습을 타파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각 개인의 손에 놓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일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색출하고 통제하기 위한 오늘날의 비대한 관료조직도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

  - 『기본소득, 자유와 정의가 만나다-스위스 기본소득운동의 논리와 실천』 (다니엘 헤니 · 필립 코브체 · 오롯 · 2016년 · 원제 : Was fehlt, wenn alles da ist?) p.16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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