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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본소득운동의 논리와 실천』: 누가 이 모든 것을 지불하는가 · 권력의 분배

by 이우 posted Sep 18, 2017 Views 1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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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가 이 모든 것을 지불하는가? 이 질문은 잘못된 질문 가운데에서도 가장 잘못된 질문이다. 조건 없는 기본 소득은 지불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정과 관련해서 본다면 이것은 일종의 이득과 손실의 총합이 제도가 되는 제로섬게임이다. 기본소득을 시행하기 위해 재정이 추가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계좌에 더 많은 돈을 넣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계좌에 있는 돈을 다른 방식으로 배분하는 것일 것이다.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바로 이 새로운 배분 방식에 대한 하나의 제안이다. 원칙적으로 기본소득은 기본의 소득을 다른 방식으로 운용하는 것일 뿐이므로, 기본소득을 시행하든 시행하지 않든 계좌에 있는 돈의 액수가 달라지지 않는다.

  조건 없는 기본소득의 기초는 기존의 소득이다. '조건이 없다'는 것은 더 많은 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신뢰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 오늘날 우리는 모두 존건부 소득으로 살아간다. 일을 해서 얻은 것이든, 재산에서 파생된 것이든,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것이든 오늘날 우리가 거두는 소득은 모두 조건부 소득이다. 우리는 소득 없이 살아가지는 못하다. 그래서 국가는 세금과 사회보장 분담금을 거두어서 나이가 멀마나 되는지, 실업자인지 아닌지, 병을 앓고 있는지 등의 기분에 따라 소득이 없거나 모자란 사람을 지원해준다.

  하지만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지원이 필요한 사람에게만 지급되는 것이 아니다. 성과를 거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도 아니며, 기부금도 아니고, 임금도 아니다.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오늘날 우리가 소득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아주 간단하고 분명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바탕 위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생존을 보장한다는 것이 그렇게 비이성적인 우리인지를 우리에게 묻는다. (...)

  조건 없는 기본소득이 시행된다면 기존의 권력구조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 우선 우리를 무력하게 만드는 생존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생존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그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사람과는 달리 권력 앞에서 무력해지게 마련이다. 생존의 안정이 보장되어 있는 사람은 생존에 대한 불안감에 계속 시달리는 사람보다 훨씬 더 큰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게다가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보다 책임감도 떨어진다. 자신의 의지로 어떤 행위를 한 사람과는 달리, 하기 싫은데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은 그 행위에 대한 책임감을 지니기 어렵다. 자유로운 의지가 책임감을 만든다.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어떤 일을 한 사람은 그 일에 대한 책임을 다른 누군가에게 떠넘기게 마련이다.

  막스 베버는 권력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차이가 있는 자신의 의지를 밀어붙일 수 있는 힘으로 보았다. 하지만 한나 아렌트에게 이것은 권력이 아니라 폭력이다. 권력과 폭력은 서로 대립한다.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폭력을 휘두른다. 곧 폭력은 권력의 부재를 보여줄 뿐이다. 폭력은 다른 사람에 대한 통치이지만, 권력은 자신에 대한 통치이다. 이러한 권력은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어 그들이 나와 함께할 수 있게 한다.

  미래에는 기계가 하지 못하는 것을 사람이 권력을 갖게될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억지로 하지 않는 사람이 구너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우리 자신이 스스로에 대한 모든 권력을 지닐 수 있게 한다. 그렇게 권력을 분배해서 우리 모든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에 쥐어줄 것이다. (...)

 
  - 『기본소득, 자유와 정의가 만나다-스위스 기본소득운동의 논리와 실천』 (다니엘 헤니 · 필립 코브체 · 오롯 · 2016년 · 원제 : Was fehlt, wenn alles da ist?) p.138~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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