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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죽어가는 자의 고독 : 죽음에 대한 억압의 증후, 죽음의 배제

by 이우 posted Jul 20, 2017 Views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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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_죽어가는자의 고독01.jpg


  (...) 삶을 마치는 것, 사망증명서와 묘지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천천히 죽어간다. 즉 많은 이들이 병약해지고 노쇠한다. 물론 임종하는 마지막 순간이 중요하기는 하다. 그러나 사람들과의 이별은 그보다 훨씬 더 일찍 시작된다. 종종 노쇠는 그 병약함으로 인해 삶과 다른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서서히 쇠락해 간다는 사실이 그 사람을 삶으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점차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쓸쓸하게 느껴지면서 여전히 사람들이 주위에 남아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가장 힘든 것이다. 즉 살아있는 사람들의 공동체에서 나이 든 사람, 즉 죽어가는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분리되는 것, 친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점점 차가워지는 것, 일반적으로 그들에게 삶의 의미와 안온함을 주었던 사람들로부터 멀어지는 것, 이것이 가장 힘든 일이다. 말년은 고통 속에서 병마와 싸우는 사람들뿐 아니라 혼자 남겨진 사람에게도 가혹한 시간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더라도 특히 선진 사회에서 빈번하게 죽음의 때 이른 격리가 일어난다는 사실은 이 사회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

  검투사들이 행진하면서 황제에게 "죽으러 가는 자들이 황제께 인사드립니다"라고 예를 표했던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 오늘날에도 일부 통치자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하는 권력을 휘두른다. (...) 오늘날 죽음은 배제되었다. (...) 그들의 죽음이 우리의 죽음을 상기시킨다는 이유로 죽어가는 이들을 멀리하는 것이다. 죽어가는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은 나 자신의 죽음이라는 관념에 대해 방벽처럼 막아놓았던 방어적 환상을 흔들어 놓는다. (...) 죽어가는 사람과 너무 가까이 접촉하면 우리의 소망적 환상은 깨질 위험이 있다. (...) 개인적 수준에서 죽음의 문제를 죽음의 관념을 배제하는 문제 외에도 사회적 배제의 문제가 존재한다. 사회적 수준에서 죽음의 배제라는 개념은 다른 의미를 띤다.(...)

  (...) 지금으로부터 사오백 년 전에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 문명화 과정의 전개 속에서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태도, 죽어가는 방식 자체도 다른 모든 것들과 더불어 변화를 겪었다. (...) 옛날에는 죽어가는 일이 오늘날보다 훨씬 공개되어 있었다. 그 당시 조건으로 보았을 때 다른 식으로 죽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혼자 있는 경우가 드물었다. (...) 출생과 사망은 훨씬 공개적이었고, 따라서 오늘날과 비교했을 때 훨씬 사회적이었다. 그 영역들은 사적인 성격을 덜 가지고 있었다. 오늘날 죽음에 대한 태도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죽음에 관한 사실을 알려주기 꺼려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개인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죽음에 대한 억압의 징후로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어린아이들이 상처받을지 모른다는 모호한 감정 때문에 사람들은 아이들이 반드시 알고 이해해야 할 단순한 사실들을 감추려고 한다.

  그러나 위험은 아이들이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그 자신을 포함해 모든 존재의 유한성을 아는 것에 있지 않다. 모든 경우에 아이들의 환상(Phantasie)은 이 문제를 둘러싸고 있으며, 아이들의 강렬한 상상력으로 인해 죽음을 둘러싼 공포와 불안이 가중되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오랫동안 삶을 살아가리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은 이러저러한 혼란스러운 환상에 사로잡히는 것보다 훨씬 유쾌한 일이다. 문제는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해 말해야 되는가 아닌가가 아니라 죽음을 말하는 방식이다. (...)

  우리 시대에 죽어가는 사람 곁에서 살아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각별하다고 할 당혹감은 죽음과 죽어가는 사람이 사회 생활에서 최대한 배제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죽어가는 사람을 다른 이들로부터 철저히 격리한다는 사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 건강한 사롬과 죽어가는 사람, 산 자와 죽은 자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이 단계 특수적인 문제들이 각각 별도의 문제로 제시된다면 그것은 잘못된 구도일 것이다. (...)

  죽어가는 사람에게서 물러서는 살아 있는 자들, 그리고 그 주위로 점차 번지는 침묵은 임종 이후에도 계속된다. 시신 처리와 묘지 관리에서 그점이 잘 나타난다. 오늘날 이 둘은 대부분 가족, 친지, 친구의 손을 떠나 돈을받고 일하는 전문인의 손에 맡겨져 있다. 죽은 사람에 대한 기억이 아직 눈에 선한데도 그들에게 시신과 묘지는 별 의미를 갖지 않는다. 죽은 아들의 시신을 두고 슬퍼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납득 가능하지만 실제 사건이라고 믿기는 어렵다.

  묘지관리업자들이 발핸한 홍보 책자를 보면 묘지 관리가 가족의 손에서 떠나 전문가의 일로 넘겨져 있음을 말해준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 책자에는 묘지를 장식하는 꽃의 양을 줄이려는 동종 경쟁업자들에 대한 경계의 말이 적혀 있다. 영릴르 목적으로 하는 그 업자들은 홍보 책자가 마음에 다가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죽은 사람이 묻힌 장소인 묘지의 의미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 거의 철칙이다. (...) 

  무덤 주변에서 재미있게 뛰노는 아이들은 잘 다듬어진 잔디와 화단을 관리하는 경비들로부터 죽은 자에 대한 존경을 표할 줄 모르는 버릇없음에 대해 꾸지람을 듣는다. (...) 장례식과 무덤을 둘러싼 경건함, 무덤 주변은 고요해야 한다는 생각, 묘지에서는 목소리를 낮추어야 한다는 관념, 이 모든 것은 죽은 자와 산 잘르 다로 떼어놓는 형식이자 죽은 자들의 인접성, 그리고 그 때문에 우리가 위협을 가능한 멀리 하려는 수단이다. (...)

  개인의 불멸성 환상은 최근에 와서 본격화되는 사회적 개인화 과정과 결합되어 더욱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고도로 제도화된 불멸성 환상은 현재 우리 사회 속에서 다소 활력을 잃은 상태이지만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누군가 죽었을 때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말해줄 수 있는 사회적으로 적절한 표현에 대해 한 교과서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할아버지는 천국에 계신단다." "엄마는 하늘에서 너를 굽어보고 계신단다." "네 여동생은 천사가 되었단다."

  이 예는 인간 존재의 돌이킬 수 없는 유한성을 집합적 소망의 관념으로 은폐하는, 특히 어린이들이 알지 못하게 감추는 경향, 즉 철저한 사회적 검열을 통해 확실히 은폐해버리는 경향이 우리 사회 속에 이미 안착해 있음을 보여준다. (...)

 - 『죽어가는 자의 고독』(노베르트 엘리아스 · 문학동네 · 2012년 · 원제 : Uber die Einsamkeit der Sterbenden, 1982년) p.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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