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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모두스 비벤디 : 도시공간의 이질공포증과 이질애착층

by 이우 posted Jul 07, 2017 Views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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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대도시의 동향에 대한 가장 예리한 연구자 가운데 한 사람이자 통찰력 있는 분석가인 낸 엘린(Nan Elin)이 지적하는 것처럼, 위험으로부터의 보호는 '메소포타미아의 고대 촌락에서부터 중세 도시를 거쳐 아메리카 원주민 정착촌에 이르기까지, 보통 거대한 담이나 울타리에 의해 경계가 규정된 도시들을 건설하게 만든 유인이었다. 벽과 해자, 방책은 '우리'와 '그들', 질서와 무질서, 평화와 전쟁을 구분하는 경계였다. 담장 저편에 머물기만 하고 들어오도록 허락 받지 못한 사람이 바로 적이었다. 그러나 도시는 '비교적 안저난 장소이기는커녕' 최근 1백여년 동안 '안전보다는 위험을' 연상케 하는 장소가 되었다. 기이하게도 역사적 역활과는 반대로, 그리고 본래 도시 건설자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오늘날 도시는 위험을 막아주던 피난처에서 위험의 주요 근원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 천 년 동안 문명과 야만의 관계가 역전되었다. 도시생활은 도처에 공포가 도사리고 있는, 두려움이 지배하는 자연 상태로 바뀌었다. (...)

  굼퍼트와 드러커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를 직접 에워싸고 있는 것들로부터 격리될수록 우리는 더욱더 그 환경을 감시하는데 매달린다. (...) 이제 세계 전역의 많은 도시에서 가정은 사람들을 지역공동체로 통합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오늘날 도시의 생존 투쟁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전략은 분리와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투쟁의 결과는 자발적 도시 게토와 비자발적 도시 게토의 양극 사이에 존재하는 연속체에서 구성된다. 생계수단이 없는 이들, 그래서 나머지 주민들이 안전을 위협하는 잠재 요소로 간주하는 사람들은 도시의 살기 좋고 쾌적한 지역에서 강제로 추방되어 게토와도 같은 분리구역으로 몰려드는 경향을 보인다. 자원이 많은 주민은 스스로 선택해서 구입한, 역시 게토를 닮은 격리지역으로 들어가서는 다른 사람들은 그곳에 정착하지 않게 막는다. (...) '범행 대상을 찾아 기웃거리는 자'와 '스토커', '빈둥거리는 사람', '눈에 거슬리는 거지', '유랑자' 및 여타의 '무단 침입자'는 엘리트의 억몽에 출연하는 가장 불길한 등장인물이 되었다. (...)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콘도미니엄'을 구입해 거처로 삼는다. 본래 콘도미니엄은 물리적으로는 도시안에 있으나 사회적·정신적으로는 도시 밖에 은둔처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 콘도미니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도시로부터의 격리와 거리이다. (...) 격리는 사회적으로 열등한 사람들로부터의 분리를 의미한다." 그리고 개발업자와 부동산 중개업자가주장하는 것처럼 "그 분리를 보장하는 주된 요소는 안전이다. 이는 콘도미니엄을 에워싼 울타리와 담장, 하루 24시간 출입구를 통제하는 경비원, 그리고 타인의 접근을 막아주는 일련의 시설과 서비스를 의미한다." (...) 거주자는 혐오감과 당혹감을주는 사람들, 소란스럽고 거친 도시 생활 때문에 어렴풋하게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사람들을 울타리 '밖'에 두고 평온하며 안전한 오아시스 '안'에 머문다. (...)

  도시 건축과 생활 양식에 대한 예리한 비평가인 스티븐 플러스티의 통찰력 있는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미국 도시의 혁신적 건축업자들과 도시 개발자들에게는 그런 전쟁을 수행하면서, 특히 현존하는 악한들과 그럴 잠재력이 있는 사람, 그러리라고 추정되는 사람들을 특권적인 공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고 안전한 거리 밖에 묶어두는 방법을 고안해내는 일이 가장 중요한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도시의 생활양식이 만들어낸 새로운 상품들 가운데 가장 자랑스럽게 홍보되고 널리 모방되는 것은 "잠재적 이용자들을 걸러 내거나 중간에서 가로막거나 차단하도록 설계된" 금단의 공간이다. 분명히 "금단의 공간"을 만드는 목적은 구분하고 격리하며 배제하려는 것이지. 교량과 편안한 통행로와 만남의 자리를 만들어 의사소통을 촉진하는 등의 방법으로 도시 주민들을 하나로 묶으려는 것이 아니다.

  플러스티가 도시의 건축과 생활 양식이 만들어낸 발명품으로 열거한 것들은 근대 이전 도시의 성벽에 있던 해자와 작음 담, 총안(銃眼)을 기술적으로 갱신해 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만든 목적은 외부의 적으로부터 주민을 지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다양한 유형의 도시 주민을 서로 구분해 놓으려는 것이다. (...) 이방인과 공간을 공유하는 것, 청하지도 않았지만 눈에 띄게 가까이 존재하는 이방인 옆에서 사는 것은 도시 주민이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마 이런 상황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방인이 가까이 있는 것은 도시 주민의 운명이며 영구적인 생활양식(modus vivendi)이다. 도시 주민은 그 생활 방식을 매일 자세히 검토하고, 감시하고, 실험해보며, 시험과 재시험을 거쳐서 이방인과의 동거를 구미에 맞게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삶을 견딜만한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

  위에서 인용했던 스티븐 플러스티가 묘사한 새로운 양상들은 도시에서 아주 흔한 이질공포증(mixophobia)을 보여주는 최신식 징후라 할 수 있다. 이질공포증은 근대 도시의 거리에서 만나 어깨와 팔꿈치를 부딪치지만 마음을졸이게 하고 등골이 서늘하게 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드는 다양한 인간 유형과 생활 방식에 대한, 일반적이고도 매우 예측하기 쉬운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우범지대나 빈민가라고 공식적으로 선언된 지역뿐 아니라 금단의 공간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주거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

  결코 멈추지 않고 항상 눈부신 도시의 화려한 풍경과 대면하는 것은 분명히 골치 아프고 저주스러운 경험이 아니다. 반면에 피한다고 해도 순전한 축복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도시는 이질공포증의 씨앗을 뿌리고 육성하는 동시에 그만큼 이질애착증(mixophila)을 유발하기도 한다. 도시 생활에는 양면성이 있다. 이는 도시 생활이 안고 있는 돌이킬 수 없는 본질이다. 도시가 크고 이질적일수록 그것이 뒷받침해 줄 수 있고 제공해 줄 수 있는 매력 역시 많아진다. 이방인이 많이 몰려 있다는 것은 협오감을 주는 동시에 사람을 뜰어들이는 더욱 강력한 자석 같은 역할을 한다. (...)

  이질공포증과 이질애착증은 모든 도시에 공존하지만 도시 주민들 각자의 내면에도 공존한다. (...) 이방인들은 앞으로 오랫동안 서로 함께 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미래가 도시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든,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전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면서 다양한 자극과 기회로부터 혜택을 얻어내는 기술은, 도시 주민이 배우거나 활용할 필요가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이 된다. (...) 이질애착증과 같은 감정이 자맂답고 자라날 수 있도록 하는 데에는 그(경비가 삼엄한 콘도니미엄 등)와는 반대되는 건축 및 도시계획 전략이 더 적합할 것이다. 모든 범주의 도시 주민이 마음을 열고 자주 찾을 수 있는 매혹적인 열린 공공 공간을 늘리는 전략이 그것이다. (...)

  가장 끔찍한 현대적 공포는 실존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것이다. 그 뿌리는 도시의 생활 조건 훨씬 너머까지 뻗어 있다. 그러므로 그 뿌리를 자르려고 도시 안에서 도시 공간과 도시 가용 자원으로 무엇을 하든, 그 결과는 과제가 요구하는 바에 훨씬 미치지 못할 것이다. 도시 주민의 공동 거주지에 출몰하는 이질공포증은 그들이 안고 있는 불안의 원천이 아니라 그 원천에 대한 비뚤어지고 잘못된 해석의 산물이다. 겉으로 드러난 발진을 제거하고는 병이 치료되엇다고 착각함으로써 불안이 주는 고통을 완화하려고 하지만 결국에는 병을 뿌리 뽑지 못하는 절망적인 노력의 표현이라는 말이다. 이질공포증과는 상반되는 것으로서 도시 생활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질애착증은 희망의 씨앗을 품고 있다. (...) 
  
  - <모두스 비벤디-유동하는 세계의 지옥과 유토피아>(지그문트 바우만 · 후마니타스 · 2010년 · 원제 : Liquid Times: Living in an Age of Uncertainty, 2006년) p.117~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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