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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모두스 비벤디 : 불안과 공포의 증식 · 사회국가와 안전국가

by 이우 posted Jul 06, 2017 Views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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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놀라운 속도로 이루어지는 변화의 방향을 예측해 통제하는 것은 고사하고 속도를 늦출 능력도 없기 때문에, 자기가 영향을 줄 수 있는 일 혹은 그럴 수 있다고 믿거나 확신하는 일에 초점을 맞춘다. (...) 우리는 '암의 일곱 가지 증세', '우울증의 다섯 가지 증상'을 찾아내거나 고혈압,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스트레스, 비만 등의 원인을 없애는 데 몰두한다. 다시 말하면, 자연스러운 배출구가 없어 남아도는 실존적인 공포를 덜어 줄 대리 표적을 찾고자 한다. 그래서 임시 변통으로 누군가 피운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는 일, ('이로운' 박테리아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증하는 음료를 게걸스럽게 마시면서도) 기름진 음식이나 '해로운' 박테리아를 섭취하는 일, 안전하지 못한 성관계나 태양에 노출되는 경우를 조심스럽게 예방하는 일 등을 표적으로 삼는다. 우리들 중에서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눈 앞에 존재하거나 그럴 것이라고 예상되는, 알려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도처에 만연되어 있는 온갖 위험에 대비해 담장 뒤로 몸을 숨긴다. 주거지를 감시 카메라로 도배하고, 무장 경호원을 고용하고, 장갑 차량(악명 높은 SUV 등)을 타고 다니며, 방어 장비('구두창이 두꺼운 단화' 등)를 착용하거나 호신술을 배움으로써 자신을 요새로 만든다.

  알타이드의 말을 한 번 더 인용하면, "문제는 그런 활동들이 우리의 행동이 지양하는 무질서에 대한 의식을 재차 확인시켜주며, 그 의식을 만들어 내는 데 일조한다는 점이다." 외국인의 모습을 한 범죄자들이 외투 안에 단검을 가득 차고 다닌다는 뜬 소문을 듣고 출입문에 자물쇠를 하나 더 달 때마다, 그리고 '음식물에 대한 공포' 때문에 식단이 바뀔 때마다 세상은 점점 더 믿을 수 없고 두려운 곳이 되어 점점 더 방어적인 행동을 취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슬프게도 공포가 스스로 증식하는 능력에 활력을 더해 줄 것이다.

  사업가들은 불안과 공포를 이용해 많은 자본을 끌어모을 수 있고 또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공포라는 자본은, 온갖 투자처로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잇는 유동자산처럼, 사업에서든 정치에서든 이윤만 있으면 어디든 파고들 수 있고 또 실제로도 그러고 있다. 그러므로 모든 종류의 마케팅 전략에서 주요한 그리고 어쩌면 유일한 강조점은 바로 개인의 안전이다. 점점 더 개인의,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육체적인 안전에 대한 약속으로 환원되어 가는 '법과 질서'는, 정치적 선언과 선거 운동에서 주요한 그리고 심중팔구 유일한 강조점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대중매체는 개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들을 보여주는 일을 시청률의 주요한 그리고 어쩌면 유일한 항목으로 삼았으며, 이를 통해 공포라는 자본을 끊임없이 공급해 공포가 마케팅과 정치 모두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게 만들었다. 레이 서렛(Ray Surette)의 말처럼, 텔레비전에 비친 세상은 '양을 지키는 개-경찰"이 "양떼-시민"을 "늑대-범죄자"로부터 보호하는 모습과 닮아 있다.

  오늘날 나타나고 있는 공포의 특징은, 그 이전까지 모든 이들에게 친숙했던 공포와는 달리, 공포가 유발한 행동들과 그 공포를 유발한 실존적 전율이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공포는 인간이 살아가는 실존적 조건의 갈라진 금과 틈새로부터 불안(anxiety)의 진정한 근원과는 무관한 삶의 영역들로 전치되었다. (...) 문제의 악순환이 세큐러티(security, 주관적인 의미에서 공격 받을 두려움이 없는 상태)에서 안전(safety) 영역(즉 개인과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들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영역 혹은 그런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영역)으로 전치·이전되었다는 것이다. (...)

  오늘날 국가 권위를 대안적인 방식으로 정당화하고 순종적인 시민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정치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현재 개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겠다는 국가적 약속의 형태로 모색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사회국가(social states)에서는 시민들을 사회적 지위의 하락이라는 공포로부터 책임지고 보호해 주겠다고 맹세했던 것과는 달리, 개인 안전 국가(personal safety states)의 정치적 정식에서는 그 공포가 어린이를 성애의 대상으로 삼으며 도피 행각을 벌이는 소아성애자, 연쇄 살인범, 적선을 강요하는 거지, 노상 강도, 스토커, 독극물 살포자, 테러리스트 등의 위협으로 대체되고 있다. (...) '안전 공황(safety panic)'이 극한에 이르고 범죄 증가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최고조에 이르자 각국 정부들은 눈에 띄게 강력한 조치들을 취했고, 특히 교도소의 수감자가 급증했다. 위그 라그랑주(Huges Lagrange)의 말을 빌리면, "사회국가가 교도소로 대체"되었다.

  "공포를 야기하는 새로운 괴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포라는 독이 퍼지고 있을 뿐이다." 애덤 커티스가 신체의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에 대해 논평하며 한 말이다. 공포가 존재할 뿐이다. 규제 철폐  현상이 깊이 뿌리 내리고 시민사회를 보호해주던 요새들이 무너져 가면서 날마다 인간 존재 속으로 공포가 스며들고 있다. 공포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많은 정치인에게는, 고갈된 정치 자본을 재건하기 위해, 결코 고갈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또 쉽게 재생산되는 공급원에 의지하는 것은 저항하기 힘든 유혹이다. 게다가 공포를 자본화하는 전략 역시 잘 확립되어 있다. (...) 사회는 더 이상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혹은 그렇지않더라도 최소한 국가가 제공한다는 보호를 신뢰할 것 같지 않다. 사회는 이제 통제할 수 없고 다시 붙잡아 복종하게 만들 희망이나 생각조차 품을 수 없는 세력들의 탐욕에 노출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언제나 폭풍우를 헤쳐 나가야 하는 국가 정부는 임시방편적 위기관리 캠페인과 긴급조치에서 또 다른 위기관리 캠페인과 긴급조치로 이리저리 옮겨다닐 수밖에 없다. (...)

  공포는 우리 시대의 열린사회에 깃든 가장 사약한 괴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가 느끼는 공포 가운데 가장 무섭고 참기 어려운 공포를 부화시키고 키우는 것은 바로 현재의 불안과 미래의 불확실성이다. 그리고 이런 불안과 불확실성은 무력감에서 탄생한다. (...)

 - <모두스 비벤디-유동하는 세계의 지옥과 유토피아>(지그문트 바우만 · 후마니타스 · 2010년 · 원제 : Liquid Times: Living in an Age of Uncertainty, 2006년) p.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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