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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위험사회 : 부의 분배와 위험의 분배

by 이우 posted Feb 27, 2017 Views 16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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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처럼 위험은 분배 대상이며, 양자는 지위 즉 각각 위험지위와 계급지위를 구성한다. 하지만 양자는 각각 아주 다른 재화와 연관되어 있으며, 그 분배에 관한 논쟁도 아주 다르다. 사회적 부의 경우에는 소비재, 수입재, 수입, 교육 기회, 재산 등이 희소성을 지닌 욕구 품목으로 취급된다. 반대로 위험은 근대화*에 따른 부수적인 문제로 많을수록 바람직스럽지 않은 것이다. 위험은 제거되거나 부정되고 재해석되어야 한다. 획득의 긍정적 논리는 회피, 부정, 재해석, 처분의 부정적 논리와 대비된다.

  소득과 교육 같은 것들이 개인에 의해 경험될 수 있는 소비재인 반면에 위험과 위해의 존재와 분배는 논쟁의 원리에 의해 중개된다. 건강을 해치거나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우리의 감각기관으로는 인지할 수 없으며, 겉보기에 쉽게 구분되는 것에서조차 문제를 '객관적'으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자격있는 전문가의 판정이 필요하다. 새로운 위험의 대다수(핵 또는 화학오염, 음식물에 포함된 오염인자, 문명의 질병)는 인간의 직접적인 지각 능력을 완전히 벗어난다. 희생자들이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위해들에 대해 더욱더 주의가 기울여지고 있다. (...)

  위험은 이론적-규범적 요소를 동시에 포함한다. '어린이의 체내에 납이 상당히 농축되어 있다'는 발견이나 '모유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발견 자체는 강에 농축된 질산염이나 대기 중에 포함된 이산화황을 발견하는 것만큼이나 문명의 위험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없다. 인과해석은 반드시 추가되어야 하며, 이것은 위험을 산업적 생산 양식의 생산물, 즉 근대화의 체계적인 부산물로 나타나도록 해 준다.

  그러므로 사회적으로 인지된 위험 속에서, 나름대로의 특별한 이해관계와 종속관계를 지니고 있는 근대화의 책임자들과 기관들은 사회적으로, 실질적으로, 시공간상으로 상당히 떨어져 있는 손상과 위협의 증후들과 직접적 연관을 맺고 있는 것으로, 인과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가정된다. (...)

  위험의 결정에는 학문분과, 시민집단, 공장, 정부와 정치 사이의 거리를 넘어선 협조가 요구되지만, 그 과정에서 이러한 여러가지 요소들이 서로 적대적인 정의(定義)를 제출하고 자신의 정의에 따라 투쟁하는 경우가 흔하다. (...) 여기에 본질적이고 중요한 결론이 있다. 즉 위험의 정의에서 합리성에 대한 과학의 독점이 분쇄된다. 근대성의 다양한 매개자들과 영향 받은 집단들의 주장과 이해 관계와 관점은 언제나 경쟁을 벌이고 갈등을 빚어 왔으며, 이 때문에 인과관계 속에서, 선동자와 상처 입은 자의 의미구조 속에서 위험을 정의해야 했다.

  위험의 전문가는 없다. 많은 과학자들은 분명히 자신이 객관적으로 합리적이라고 빋는 데서 비롯되는 정서적 힘에 기반하여 연구에 몰두하고 있으며, 객관적이고자 노력하는 그들의 노력은 자신의 정의(定義)에 대한 정치적 만족에 비례하여 성장한다. (...) 과잉생산된 위험들은 때로는 서로를 상대화하고, 때로는 보완하며, 또 때로는 압도한다. 하나의 생산물이 다른 위험들을 극적으로 부각시캄으로써 방어된다(예를 들자면 기후 변화를 극적으로 부각시키는 것은 핵에너지의 위험을 최소화한다). (...) 농부들은 살아남기 위해 비료를 많이 사용하여 과잉생산해야 한다. (...)

  위험분배의 유형과 매개는 부의 분배와는 체계적으로 다르다. 그것은 위험이 종종 계층화되거나 계급적인 방식으로 분배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계급과 위험사화 사이에는 폭넓은 중첩지역이 자리잡고 있다. 위험분배의 역사는 부와 마찬가지로 위험이 계급 유형에 밀착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그 방향은 서로 반대이다. 즉 부는 상층에 축적되지만, 위험은 하층에 축적된다. 그런 만큼 위험은 계급사회를 폐지하지 않고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빈곤은 불행하게도 위험을 만연시킨다. 그와 반대로 부자는 위험으로부터 안전과 자유를 사들일 수 있다. (...)

  위험지위의 강화와 함께 사적인 탈출로와 보상 가능성은 위축되는 동시에 번성한다. 위험의 지수적 성장, 탈출의 불가능성, 정치적 절제, 사적인 탈출 기회의 고지와 판매는 서로를 규정한다. 어떤 음식물의 경우에는 이 같은 사적인 회피책이 여전히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물 공급에서는 이미 모든 사회 계층이 같은 수도관에 연결되어 있다. 산업지와는 멀리 떨어진 농촌의 전원에서 삼림의 앙상한 유골을 보게 된다면, 계급-특수적 장벽은 우리 모두가 마시는 공기 앞에서 무너지고 만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 결국 우리는 빌딩의 벽돌과 땅 위의 이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알게 된다. (...)

 - <위험사회-새로운 근대성을 향하여>(울리히 벡 · 새물결 · 2006년 | 원제 : Risikogesellschaft, 1986년) p.63~77



  ..........................

  *근대화(modernization) : 노동과 조직의 기술주의적(technological) 합리화를 의미하지만 넓게는 사회 성격과 규범적 삶의 변화, 생활 양식과 사랑의 형식 변화, 권력과 영향력의 구조적 변화, 정치적 억압과 참여의 변화, 실재관과 지식규범의 변화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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