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표작용(signifying)은 문자나 소리 등의 기호가 표기되어 의미가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의미 작용). 언어학에서 의미 작용은 기표(記標, signifiant, 시니피앙, 기의를 지시하는 기호)와 기의(記意, signifie, 시니피에, 기표가 지시하는 대상)가 결합해 일어나며, 기호학에서는 기표가 가지는 데노타시옹(denotation, 外示)과 코노타시옹(connotation, 共示) 때문에 일어난다.
데노타시옹과 코노타시옹은 기호학자 옐름슬로우의 개념이지만 롤랑바르트가 차용해 널리 퍼뜨렸다. 기표와 기의의 결합에서 의미 작용이 일어나는데 이 의미 작용에는 두 개의 층위가 있다. 그 첫번재 층위가 데노타시옹으로 '글자 그대로의 의미'로 명백하고 상식적인 의미이다. 우리말로는 외시(外示)라고도 부른다. 우리가 사전에 찾아보는 말의 의미는 데노타시옹이다. 두번재 층위인 코노타시옹은 텍스트가 가진 사회적, 문화적, 이데올로기적 연관을 지시한다. 예를 들면, '니그로(negeo)'라는 말은 데노타시옹으로는 "피부가 검은 인종이나 사람'을 뜻하지만, 코노타시옹(connotation)으로는 특정 사회에서 "억압받는 유색 인종"을 뜻할 수 있다. 즉, 코노타시옹은 특정 사회의 주류 문화, 사회체의 코드(code, 법, 규정, 규칙)를 그대로 드러낸다.
들뢰즈는 초코드화(강화된 코드화, code는 법, 규정, 규칙을 말한다)를 통해서 의미작용이 성립하는 기호계를 '기표작용적 기호계'라고 불렀다. 이 체제는 보편화하는 추상, 언표 행위의 형식적인 균일화를 이룬다. 여기서 코드화는 국가장치에 의해서 완벽하게 수행된다. 기표작용적 체계 속에서는 기표가 기의보다 우위를 점하면서 기표의 법과 권위의 동일화가 일어난다. 언표 행위는 획일화되고 표현의 실체는 통일화되고 언표들은 통제된다. 이 '기표작용적 기호계'는 후-기표작용적 기호계를 가져오는데 '후-기표작용적 기호계'에서 기표를 통해 주체화가 일어나는 단계다.
... 기표작용적 체제는 모든 부분으로부터 방출되는 기호들을 원 안에 조직화하는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체제는 원들 또는 나선이 끊임없이 확장하도록 해주어야 하며, 체계에 고유한 엔트로피를 이겨낼 수 있도록, 그리고 새로운 원들이 생겨나 옛 원들이 재활할 수 있도록 중심에 기표를 다시 제공하여야 한다. 따라서 의미 생성에 기여하기 위한 이차적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그것이 해석 망상(interpretance) 또는 해석이다. 이제 기의는 새로운 모습을 하게 된다. 기의는 기호들의 그물망이 자신의 실을 던져오는, 인식되지 않고 주어지는 무정형의 연속체이기를 그친다. 그 기의가 적합하며 따라서 인식가능하다고 기의의 일부를 대응시킨다. 이리하여 통합축에 계열축이 덧붙여진다. 통합축에서는 기호들이 서로를 참조하고 계열 축에서는 이렇게 형식화된 기호가 적합한 기의를 재단해 낸다. (...)
의미 생성의 중심, <몸소 나선 기표>에 대해서는 할 말이 별로 없다. 그것은 순수 원리인 데다가 순수 추상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무(無)인 것이다. 결핍이냐 과잉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기표는 다른 기표를 무한히 참조한다고 말하든 기호들의 무한한 집합이 주요(majeur) 기표를 참조한다고 말라든 같은 얘기다. 하지만 정확히 말해서 기표의 이런 순수 형식적 잉여는 특별한 표현의 실체 없는 생각될 수조차 없다. 우리는 이 표현의 실체에 얼굴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언어는 항상 얼굴성의 특질들을 동반한다. 또 얼굴은 잉여들의 집합을 결정화하며, 기표작용적 기호를 방출하고 수신하고, 풀어주고 재포획한다. 얼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전체 몸체이다. ...
- 『천 개의 고원』(질 들뢰즈 · 펠릭스 가타리 · 새물결 · 2003년·원제 : Mille Plateaux: Capitalisme et Schizophrenie, 1980년) <몇 가지 기호체에에 대하여> p.222~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