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고전적인 이미지, 그리고 이 이미지가 유도하는 정신적 공간의 홈 파기 방식은 보편성을 주장한다. 실제로 그것은 두 개의 보편 개념을 이용해 홈을 파는데, 존재의 궁극적인 근거이자 모든 것을 포괄하는 지평으로서의 <전체>와 존재를 우리를 위한 존재로 전환시켜 주는 원리로서의 <주체>가 그것이다. 제국과 공화국이 그것이다. 이 둘 사이에, 즉 ‘보편적 방법’의 지휘 아래 존재와 주체라는 이중적인 관점에서 홈이 패인 정신적 공간에 온갖 종류의 실재와 진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
유목적 사유는 보편적 사유 주체를 요청하는 대신 이와 반대로 독자적인 인종을 요청한다. 또 모든 것을 포괄하는 총체성에 근거하기보다는 반대로 스텝, 사막, 바다 같은 매끈한 공간, 지평선 없는 환경 속에서 전개된다. 여기서 ‘부족’으로 정의된 인종과 ‘환경’으로 정의되는 공간 사이에 성립되는 관계는 주체와 존재 간의 관게와는 전혀 다른 유형의 적합성을 가지고 있다. 즉 모든 것을 포괄하는 존재의 지편 안에 있는 보편적 주체가 아니라 사막에 있는 하나의 부족인 것이다. (...) 인종 또한 매끈한 공간을 가로지르는 부족을 구성함으로써 존재할 수 있다. 사유라고 하는 것은 <주체>의 속성이나 <전체>의 표상이 아니라 생성이다.
_ <천 개의 고원>(p.728~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