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non EOS 5D | 서울디자인올림픽 | 이우
여성들이 비밀을 다루는 방식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 남성들은 여성들이 어떤 때는 신중하지 못 하고 수다쟁이라고, 또 어떤 때는 연대감이 없고 배반을 일삼는다고 비난한다. 그렇지만 한 여성이 아무 것도 숨기지 않으면서도 투명함, 결백함, 속도 덕분에 비밀스러울 수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궁정풍 연애에서 비밀의 복합적 배치는 정말 말 그대로 여성적이며, 최고의 투명함 속에서 작동한다. 재빠름 대 무거움. 전쟁기계의 재빠름 대 국가 장치의 무거움. 남성들은 중후한 태도를 취하고 비밀의 기사가 된다. "내가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지를 보아라. 나의 중후함과 진지함을 보아라." 하지만 결국 남성들은 모든 것을 말하고 만다.
이와는 반대로 모든 것을, 심지어 무시무시할 정도의 기교로 모든 것을 말하지만, 끝에 가서도 시작할 때보다 더 알 수 없게 만드는 여성들이 있다. 이네들은 재빠름과 명료함에 의해 모든 것을 숨긴 것이다. 여성들은 비밀이 없다. 이들 자신이 바로 하나의 비밀이 되기 때문이다. 이네들이 우리들보다 정치적인 것일까? 이피게니아. 선험적으로 결백하다. 소녀는 '선험적으로 유죄'라는 남성들이 외치는 판단에 대해 스스로 이렇게 주장한다. 바로 여기서 비밀은 마지막 상태에 이른다. 비밀의 내용은 분자화되고 분자적인 것이 되며, 이와 동시에 비밀의 형식은 해체되어 움직이는 순수한 선이 된다.
_ <천 개의 고원> p.547~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