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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 천 개의 고원·17: 고른판과 안 고른판

by 이우 posted May 05, 2013 Views 9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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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 맑스 식으로  이야기하면,  고른판 위에서 흑인은 흑인이다. 안 고른 판 위에서 흑인은 노예가 된다. 고른판 위에서는 주체도 객체도 없다. 고른판은 무질서가 아니라 비질서다.ㅣCanon  EOS 5Dㅣ낙산ㅣ이우

 

 

 

 

 ○ 안 고른판(de non-consistance)

 

  판 자체는 주어지지 않는다. 판은 본성상 숨겨져 있다. 우리는 판이 제공한 것에서 출발해서 판을 추론해내고 귀납하고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을 뿐이다. 실상 이러한 판은 조직의 판일 뿐만 아니라 전개의 판이기도 하다. 이것은 구조적이거나 발생적이며,  동시에 그 둘,  구조와 발생, 즉 전개를 지닌 형식화된 조직들이라는 구조적 판,  조직을 지닌 진화적 전개라는 발생적 판이다. ... 판은 형식의 발전과 주체의 형성과 여러 모로 관련되어 있다. 형식에는 숨겨진 구조가 필요하며 이 판은 목적론적 판이자 하나의 구상(dessein),  정신적 원리이다.  이것은 초월성의 판이다.

 

  이것은 유비의 판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때로 전개에 있어 탁월한 항을 지정하며,  때로는 구조라는 비율적 관계들을 설립시키기 때문이다.  이것은 신의 정신 속에 있을 수도 있으며,  생명, 영혼, 언어 등의 무의식 속에 있을 수도 있다.  이것은 항상 자신의 고유한 결과들로부터만 귀결된다.  이것은 항상 추론에 의해 이끌어내진다. ... 

 

  나무는 씨앗 속에 주어져 있다.... 음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  음이 아닌 즉 그 자체로 들리지 않는 초월적인 작곡 원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온갖 연주가 허용되는 것이다. 형식들과 형식들의 전개,  주체들과 주체들의 형성은 초월적 통일성이나 숨겨진 원리로서 작용하는 하나의 판을 가리키고 있다. ... 삶이라는 판, 음악이라는 판,  글쓰기라는 판,  이들은 비슷하다. 이러한 판은 특정한 판으로 주어질 수 없으며,  이 판이 전개하는 형식들과 이 판이 형성하는 주체들로부터만 추론될 수 있을 뿐이다. 이 판은 이 형식들과 이 주체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고른판(plan de consistance)

 

  형식이나 형식의 전개가 없으며, 주체와 주체의 형성도 없다. 발생은 물론 구조도 없다. 형식을 부여받지 않았거나 최소한 상대적으로 형식을 부여받지 않은 요소들 간에, 온갖 종류의 분자들과 입자들 간에 운동과 정지, 빠름과  느림의 관계가 있을 뿐이다. 존재하는 것은 <이것임>들,  변용태들, 주체 없는 개체화들뿐이며,  이것들은 집합적 배치물을 구성한다. 아무 것도 자신을 전개하지 않는다. 사물들은 늦거나 빨리 오며,  이들의 속도와 합성에 따라 특정한 배치물을 형성한다.  아무 것도 자신을 주체화하지 않는다. ... 경도와 위도,  속도와 <이것임>만을 알고 있는 조직의 판과 전개의 판에 대립되는 이 판은 고른판  또는 조성의 판이라고 불린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내재성의 판이고 일의성의 판이다. ...

 

  차원들이 아무리 증가하더라도 이 판은 그 위에서 일어나는 것에 대해 아무런 보조적 차원도 갖지 않는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판은 자연적이며 내재적이다. ... 이것은 번식, 서식, 전염의 판이다. 그러나 재료의 이러한 번식은 진화나 형식의 전개 또는 형태들의 계통 관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것은퇴행이 아니라 역행으로,  거기에서 형태는 끊임없이 용해되어 시간과 속도를 해방시켜 준다.  이것은 고정판,  즉 음적인, 시각적인,  글쓰기적인 고정판이다. 여기서 고정은 부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고정이란 정지뿐 아니라 운동의 절대적 상태로,  이 위에서는 상대적인 온갖 빠름과 느림만이 모습을 드러낼 뿐 다른 것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 판(Plan)의 이행

 

  사람들은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조금씩,  알지 못 하는 채로 사후에만 알게 되면서 하나의 판에서 다른 판으로 끊임없이 이행한다. 또한 사람들은 하나의 판 위에 다른 판을 끊임없이 재구축하거나 하나의 판에서 다른 판을 끊임없이 추출해낸다. 떠다니는 내재성의 판을 표면에서 자유롭게 노닐게 내버려 두는 대신 자연의 깊숙한 곳에 처박아 넣고 묻어버린다면 그것만으로 판은 다른 쪽으로 옮겨가,  조직의 관점에서 보면 유비의 원리일 수밖에 없으며 전개의 관점에서 보면 연속의 법칙일 수밖에 없는 토대의 역할을 한다. 조직과 전개의 판은 우리들이 성층작용이라  부른 것을 효과적으로 덮고 있기 때문이다. ....

 

  이와는 반대로 고른판,  내재성의 판,  또는 조성의 판은 모든 자연의 탈지층화를 내포하며, 여기에 가장 인공적인 수단에 의한 탈지층화마저도 포함되어 있다. 고른판은 기관 없는 몸체이다.  순수한 변용태들이 탈주체화의 사업을 내포하는 것처럼 고른판 위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은 관계들, 즉 입자 간의 빠름과 느림이라는 순수한 관계들은 탈영토화의 운동들을 내포한다. ...  그래서 조직판은 고른판 위에서 끊임없이 활동하면서,  항상 도주선들을 봉쇄하려고 하고,  탈영토화의 운동들을 저지하고 차단하려 하며, 그 운동들을 무겁게 하고, 재지층화하고,  깊이에서 형식들과 주체들을 재건하려고 한다....

 

  고른판이 순수한 소멸의 판 또는 죽음의 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리고 역행이 미분화상태로 퇴행하지 않기 위해서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재료들,  변용태들,  배치물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지층들, 최소한의 형식들과 기능들,  최소한의 주체들을 남겨두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_ <천 개의 고원> p.503~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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