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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계약론 : 토머스 홉스 Vs 데이비드 흄

by 이우 posted Nov 22, 2011 Views 1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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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non EOS 5D / Tokina 80-200mm / 낙산 / Photo by 이우

 

 

 

 

   중세사회로부터 근대사회로 급변하던 시기는 국가 문제를 사유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이 급변기에 정점으로 이루어졌던 국가 질서가 여지없이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시기에 국가를 정당화하는 논의들이 모두 예외없이 사회계약론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로크도 홉스도 결코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자유로운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권자에게 양도한다고 이해했다. 물론 홉스의 말대로 그 순간 자유로운 개인들은 주권자의 지배를 받는 ‘국민’으로 전략하게 될 뿐이다. 바로 이 순간이 ‘자발적인 복종’이라는 환각이 발생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홉스

 

  사회계약론에 입각하여 국가를 정당화하려고 했던 최초의 근대철학자는 홉스(Thomas Hobbes, 1588~1679)였다. 자신의 주저 <리바이던(Leviadan))>에서 그는 ‘자연상태’ 및 ‘국가권력’과 관련된 흥미로운 논증을 제안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자연상태의 인간들은 자신과 자신의 재산을 외부의 강력한 위협으로부터 보존하려는 본능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의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을 보호하려는 인간의 욕망에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강한 불신이 갈려 있다는 점이다. 스스로 타인과 그의 재산을 약탈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더라도, 우리는 타인도 나와 같은 다짐을 하리라고 확신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상태는 홉스에게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혹은 ‘전쟁상태’에 다름 아닌 것으로 이해되었던 것이다.

 

  상호 불신과 선제공격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는 자연상태에서 인간은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소유물을 보존하기 어렵게 된다. 홉스는 이 상황으로부터 모든 갈등과 대립을 종식시켜 줄 공통적인 권위, 즉 주권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다.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바다 괴물 리바이어던으로 묘사된 국가가 탄생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서였다. 홉스에 의하면 자연상태의 공포를 해소하기 위해서 개인들의 상호계약을 맺어 자신들의 권력을 한 곳으로 모아주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리바이어던, 즉 ‘국가’가 탄생한 근본적인 이유라고 설명한다. 그의 이야기가 타당하다면, 인간은 드디어 국가라는 공통적 권위에 의해 무질서와 전쟁을 종식시키면서 ‘문명상태’로 이행하는 데 성공하게 된 셈이다.

 

 

  흄

 

  불행히도 역사는 홉스의 전망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절대주권 자체가 오히려 자신에게 권력을 양도한 개인들의 자기 보존 욕망을 억누르고 억압해 왔기 때문이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갈등은 절대주권의 공권력에 의해서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주권 사이에서 진행되는  갈등은 대규모 절멸전쟁으로 치달으면서 자연상태에서 이루어졌던 개인 사이의 갈등보다 더 참혹하고 비참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사실 사회계약론의 입장에서 국가를 정당화하는 홉스의 논리에는 철학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하나 도사리고 있다. 과연 인간이 자신의 권력, 즉 힘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그것이다. 자유로운 개인의 권력은 원칙적으로 타인에게 양도할 수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논증이 타당하려면, 우선 모든 사람이 정말로 합의를 통해서 국가를 만들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이러한 원초적 합의에 대해 경험한 바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점은 오래전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도 역시 마찬가지다. 홉스가 말한 국가 없는 상태, 즉 자연상태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홉스에 따르면 자연상태는 자신의 생명조차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극도의 아만적 상태여야 한다. 그래야 강제력과 공권력을 가진 국가의 탄생이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계약론이 하나의 진리인 것처럼 통용되던 시절, 그것이 단지 하나의 허구에 불과했다고 공격했던 다른 철학자가 있었다. 그가 바로 스코틀랜드 출신의 경험론자인 ‘데이비드 흄(David Hume)’이다. 그의 짧은 논문 <원초적 계약에 대하여(Of the Original Contracts)>에서 흄은 인간이 결코 자유로운 계약을 맺기 어렵다는 사실을 가난한 농민들과 장인들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다른 지역으로 떠나서는 살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어떤 계약이든 달게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는 것이다. 만약 진정으로 사회계약이 가능하려면,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주어진 국가나 사회를 떠나 살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그는 인간이 어떤 사회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비자발적이라는 사실도 덧붙이고 있다. 우리는 국가나 사회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국가나 사회에 맹목적으로 던져지면서 훈육되는 존재일 뿐이라는 것이다. 흄의 지적이 타당하다면 우리는 자유롭게 자신들이 몸담을 공동체를 선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비참함이 극복되지 않을 경우 이러한 부자유의 상태는 영원히 지속될 수밖에 없다.

 

 

( 강신주의 <철학 대 철학>에서 정리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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