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주
마치 숙제인 것처럼 다녀온 이번 여행. 대학생의 특권이라 할 수 있는 방학 여행을 숙제로써 다녀왔다. 4년간의 방학동안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지내다가 작년 겨울 여행을 시작으로 여행의 재미를 알게 됐다. 이번 여름 기필코 해외여행을 가리라 다짐했고 그 다짐을 실천했다. 대학생의 특권인 방학이 딱 한번 남은 나에게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 마냥 간절하게 여행을 계획했다. 그 여행에서 인생에서 길이 남을 사진을 남겨 오리라는 목표를 안고서. 사진기를 손에 꼭 붙들고 비행기에 올라탔던 그 손에는 지도가 들려 있었고, 그 나라의 문화를 느껴야할 눈은 다음 일정으로 가야할 길만을 쫓고 있었다. 계획한 일정을 마치기 위해 이동시간이 늘어날수록 지침의 연속이었고 몇 장 찍은 사진들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을 보면서 이번 태국 여행이 떠올랐다. 계획했던 일을 모두 이룬 ‘잉여4’인 마냥 부러웠다. 비슷한 또래였고 학생이었기에 영상을 찍는다면 얼마나 잘 찍겠냐는 의심을 가지고 처음엔 봤다. 첫 호스텔 홍보 영상을 멋지게 해낸 ‘잉여4’를 보며 ‘아 실력자였군’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 나라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지 못한 것이 마음의 여유가 아닌 실력 부족이었을까. 당장 사진을 배우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쳤다. ‘아니 근데 지금 여행 작가 수업을 듣고 있네.’ 아이러니했다. 내 스스로 무언가 노력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과 비교해보니 한없이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
이번 겨울 제주도로 떠나려고 한다. 사진기와 펜을 들고 떠나리라. 제주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사진으로 담고 이야기를 써내려갈 것이다. 여행을 간다는 그 자체는 언제나 설렘이다. 생각의 깊이를 더한 여행길을 기대하며 현재를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