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 정치적 동물의 길
이 책에서 소개된 "정치"와 토론 참가자가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정치"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정치 참여 스펙트럼 속에서 각자가 위치를 확인하고 복잡하게 문제가 얽힌 헬조선에서 어떤 정치 역량이 필요한지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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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 도래할 유토피아를 믿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로 이런 방식은 대단한 희망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대로 살아가다가, 고통스럽게 죽고 싶지는 않다는 류의 야망. “너무 맥없이 들리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게 나와 내 친구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이 의식적으로 비영웅적인 자세는 자신의 윤리를 어느 지점에서 확보할 수 있을까?
유토피아적 열정을 여전히 간직하는 사람은 이와 같은 예술적 태도를 일러 퇴행적이면, 무기력하고, 냉소적이면, 허무주의적인 현실도피라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예술적 태도가 정치성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그것이 기대하는 것은 소위 인류학적 정치성이다. 정지돈이 소환하는 인류학자는 소비에트의 마지막 단계를 경험하고 미국에서 인류학자로 살아가는 알렉세이 유르착이다. 유르착은 일체의 권력화를 거부하면서 희망없이 지속하는 태도를 “내부로부터 탈영토화시키는” 정치적 전략이라고 부른다. 그에 따르면 거리의 정치가 아니라 일상에서의 미시적인 탈권력화가 이루어져야 근본적인 변화가 비로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