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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왈책 10월 독서토론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by 김희정 posted Oct 16, 2017 Views 153 Repli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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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명 : 왈책 10월 독서토론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 대상 도서 
     ① 주제 도서 :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마광수 · 북리뷰 · 2010년 3월)
     ② 보조 도서 : 『가자, 장미여관으로』(마광수 · 책읽는귀족 · 2013년 · 초판 출간 1989년)
○ 일시 : 2017년 10월 13일(금) 오후 7시 30분~10시
○ 장소 :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 사직동 사무실
○ 진행 :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 김희정(진행) · 정현(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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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오늘도, 장미여관에 갈 것이다

  낙엽이 떨어지는 것만 봐도 꺄르르 웃던 여고생 시절. 2차 성징과 함께 찾아온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성(性)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남학생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음담패설을 논하던 그때 그 시절, 여고생들. 그런 여고생들에게도 어려운 대화 주제가 있으니, 바로 부모님의 잠자리(!!). 새벽에 화장실 가려다가 의도치 않게 안방을 보게 됐다는 썰을 시작으로 여고생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너도 그런 적 있냐, 나는 그때 기분이 나빴다, 하며 불평을 잔뜩 늘어놓았다. 그 다음날 아침에 부모님 얼굴 보기가 싫었다는 말을 끝으로,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와 이야기는 끊겼다.
 
  엄마, 아빠의 은밀한 사생활(!!)을 보고 기분이 나쁘고 불쾌할 것이 무엇이 있는가? 너의 탄생의 근원이었음을 설마 잊었는가? 너의 육감은 온통 성(性)을 부르짖고 있는데, 너의 부모님은 왜 그러면 안 되는 것이냐! 이러한 정신분열적인 모습은 여고생들에게만 적용되는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들 대부분이 이중적 성의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까발리고, 자신의 본능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야(野)한’사람이 되자고 주장했던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고(故) 마광수(馬光洙).
 
  지난 9월 5일 향년 66세, 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의 소식에 대중들은 몹시 안타까워했고 뒤늦게 그의 작품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윤동주 시 연구의 권위자이자 28세에 홍익대 교수에 임명된 천재로 유명했던 고인은 왜 자살을 선택했을까. 마광수의 솔직한 가치관이 드러나는 에세이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와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를 10월 왈책 주제로 정하여 토론을 나누어 보았다.
 
  “1980년대 당시 한국 사회는 좌파 이념이 휩쓸던 때였어요. 한국 사회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어서 편향된 사회가 되는 것을 우려했죠. 지식생태계가 건강해지려면 반대쪽에도 좀 균형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하고요. 그런 면에서 마 교수가 가진 문학적 혹은 이념적·사상적 위치가 대단히 독특했어요. 마광수 같은 사람도 우리 사회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거죠. 마 교수 작업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진 않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회를 주는 것이었어요. 지식생태계 균형에 필요하다는 것이 당시 제 생각이었어요. 검찰에서는 내가 마 교수를 이용해서 돈을 벌려고 했던 게 아니냐고 했지만요.” 

- 여성조선 인터뷰, 장석주 시인이 본 마광수, 2017년 10월 11일

  낮은 근엄한 도덕주의자가 지배하지만, 밤은 너무나도 향락적인 한국 사회의 이중성을 폭로하는 그의 시, 소설, 에세이들은 문학적 기교가 없었고, 욕구를 배설하듯 직설화법으로 써내려갔다.

  “야한 여자는 또한 ‘헤픈 여자’이다. 나는 얼굴이 예쁜 여자보다 사랑이 헤프고, 애무가 헤프고, 화장이 헤프고, 섹시한 옷차림이 헤픈 여자가 더 좋다. 그런 여자들은 마음도 헤퍼서 개방적으로 탁 트인 성격을 갖고 있다. 이른바 ‘야한 여자’를 찾아 헤매는 데 나는 온 평생 힘을 기울였다. ‘야한 문학’역시 나에게는 지상의 과제였다. 야한 여자나 야한 문학이나 다 같이 마음이 헤퍼야만 가능하다. 꽉 닫힌 인색한 마음을 갖고서는 절대로 사랑스러운 성애와 문학을 이루어내지 못한다.우리 사회의 문화풍토는 아직까지도 너무나 닫힌 채로 있다.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언제나 과거에만 집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문화의 민주화는 아직도 요원한 것이 되었고, 국민 개개인의 행복 또한 실제적 쾌락과는 거리가 멀게 되었다. 참으로 안타깝고 짜증나는 일이다. 우리는 한시바삐 이중적 양면성을 극복해야 한다. 솔직한 성의식은 물론이고 솔직한 윤리의식 또한 체화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먼저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 스스로의 육체적 본성에 천진해질 필요가 있다. 도덕보다는 본능을, 이성보다는 감성을, 획일 보다는 다원(多元)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마광수 · 북리뷰 · 2010년 3월) p.21
 
  터부시되는 성(性)을 양지로 끌어냈다는 이유로 문인, 교수, 종교인 등 대다수의 엘리트들에게 외면당했던 마광수. 하지만  그에게 ‘야한 문학’은  지상의 중요한 과제였다.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식에 있어 마광수는 ‘야(野)한’사람이 되고자 함을 포기하지 않았다.
 
  “ '장미여관'은 내 상상 속에 존재하는 가상의 여관이다. 장미여관은 내게 있어 두 가지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나그네의 여정과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여관이다. 우리는 잡다한 현실을 떠나 어디론가 홀가분하게 탈출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살아간다. 나의 정체를 숨긴 채 일시적으로나마 모든 체면과 윤리와 의무들로부터 해방되어 안주하고 싶은 곳―그곳이 장미여관이다. 또 다른 하나는 '러브호텔'로서의 장미여관, 붉은 네온사인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곳, 비밀스런 사랑의 전율이 꿈틀대는 도시인의 휴식공간이다. (중략)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현실 속의 나는 여전히 외롭다, 외롭다. 진짜 관능적인 사랑, 진짜 순수하게 육체적인 사랑, 모든 이데올로기적 선입관과 도덕적 위선을 떨쳐버리고 솔직하게 발가벗을 수 있는 사랑이 내 앞에 펼쳐지기를 나는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 누가 나의 이 허기증을 달래줄 수 있을는지? 그 어느 날에나 나는 상상 속의 장미여관이 아니라 진짜 현실 가운데 존재하는 장미여관에 포근하게 정착할 수 있을는지?”

-『가자, 장미여관으로』(마광수 · 책읽는귀족 · 2013년 · 초판 출간 1989년) p.8~11

  오늘 밤도, 장미여관을 찾아 정처 없이 길을 헤매고 있을 수 많은 사람들. 분열적 삶 속에서 과연 장미여관을 찾을 수 있을까.우리는 언제쯤  장미여관의 문을 열 수 있을까. "아 쓰발, 더러운 세상 잘 떠났다"고 중얼거리고 있을 마광수의 영혼은 장미여관에 도착했을까.

  “나는 빈센트 반 고흐가 예술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의 생애를 좋아했을 것이다. 그는 어떤 형태로든 무언가에 몰두해야 했다. (중략) 이 ‘몰두’는 그의 폭발한 것 같은 본능 때문이었다. 성욕인지 공격욕인지 아니면 명예욕인지 알 순 없으나, 그는 지긋지긋하리만치 ‘본능적인 배설욕구’에 시달렸다. 그러한 욕구를 그는 굳이 은폐하려고 하지 않았다. 미친 듯이 여기저기에 욕구를 배설해냈다. 그 배설물들 중의 하나가 그의 그림일 뿐이다. 그는 그냥 그 똥을 마구 싸갈겼을 뿐이다. (중략) 무엇을 남기겠다는 욕심 없이 그는 그저 본능적 배설에만 몰두했다.
  그의 자살만 해도 그렇다. 그의 예술가적 고뇌 때문에, 비관적인 인생 철학 때문에 자살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는 그냥 죽고 싶어 죽었다. (중략) 자신의 자살에 무슨 의미를 부여하려고 기록을 남기고 작품을 남기고 죽는 사람은 병신이다. 그는 그리고 싶어서 그렸고, 또 죽고 싶어서 죽었다. 그의 일생은 범인의 눈에는 불행한 것으로 보일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마음대로 배설할 수 있는, 마음대로 죽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었던 행복한 사나이였다. 그는 틀림없이 천당에 갔을 것이다. 예수의 말대로 그는 어린아이와 같았으므로. 어린아이들처럼 아무데서나 쉬 하고 오줌을 눌 수 있었으므로.”

-『가자, 장미여관으로』(마광수 · 책읽는귀족 · 2013년 · 초판 출간 1989년) p.265~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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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김희정 2017.10.18 23:19
    마광수 유고 소설집 <추억마저 지우랴>를 브리핑 해주신 정현쌤 감사합니다^^
  • profile
    이우 2017.10.19 00:26

    후기 쓴다고 고생했네요. 고민한 흔적이 가득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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