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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붉은 수수밭_이순화

by 순화 posted Dec 0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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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화.jpg

 

( 보령 / Photo by 이순화 )

 

 

 

 

 · 제목 :  붉은 수수밭 (Red Sorghum) / 紅高梁

· 개봉 :  89년 09월 09일

· 감독 :  장예모(Zhang Yimou, 張藝謨) -`88 베를린 국제영화제 대상(황금곰) 수상.

· 출연 :  공리(추알),  강문(위잔아오)

· 상영 :  90분

· 장르 :  드라마, 전쟁

· 제작 :  중국 88년도

· 원작 :  모옌의 소설 <홍까오량 가족>(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 배경 : 1920~1930년 중국의 한 마을

 

 

 

  영화 <붉은 수수밭을 소개>한다. 시작부터 재미있다.  제목 때문이다.  으스스~  샤악~.  바람 불 때에  키 큰 수수밭에서 뭔가 일이 날 것 같다.

 

  음력 7월 9일. 마을 사람들 왈 '새색씨가 가마 안에서 울고 토하지 않으면 나쁜 징조야, 재앙을 불러오거든'.  타세요. 가마타고 시집 가는 추알.  신랑의 얼굴 본 적 없고  그저  나귀 한 마리에 팔려 가고 있다. 신랑될 사람은 양조장 리씨. 50세, 노총각 문둥.  바로 죽는다. 돈은 그대로 있고 신발만 놓여 있다. 누가 살해했을까?

 

  가마꾼들은 양조장 일꾼 9명과 단 한 사람만 고용(위잔아오). 모두 10명이 풍악을 울리며 한바탕 신나게 논다. 정말, 신부를 울린다. 뜨거운 대낮에 머나먼 흙길을 가느라 가마꾼들의 벗은 상체가 번들거린다.  어린 주알이  섹시함을 느낀다. 정신보다 몸이 우선이다. 배운 말인 거 같은데...  하여간 맞는 거 같다.  가마를 멘 위잔아오,  신부의 가죽신 한 쪽 발이 가마 밖으로 보이자 가마 안쪽으로 아주 천천히 밀어 넣어준다. 카메라가 그 부분만 클로즈 업!  오우,  good!

 

  혼례 3일후 친정으로 신행가던 날.  수수밭은 유난히 서걱거린다. 수수밭 갈래길에서 두 사람은  사랑을 한다. 수수밭이 깊은 바닷속  흐들거리는 다시마 같다.  추알은 뒤에서 아버지가 뭐라 소리치는대도 아랑곳 않고 나귀를 타고 앞만 보고 간다.  볼 일을 왜 이리 오래 보노. 위안자오, 수수밭 속에서 크게 노래를 부른다. ♬♪♬ 누이야 앞으로 나가라!  앞으로 쭈욱 가라! 빨간 비단에 내몸을 실어라! 빨간 비단에 부케를 던지져라! 내가 받을 수 있게. 함께 고량주를 마시자. ♬♪♬ 나귀 위에서 주알이  웃는다.

 

  과부가된 주알, 혼자 양조장을 운영한다.  일꾼 중 나이 많은 로한이  마님(주알)에게 9월 9일 중앙절에 우리의 손으로 만든 술이라며 권하여 마신다. 한 바탕의 축제다. 위잔아오, 주알과의 동침 사실을 떠벌리고, 이불을 안고 주알의 방으로 들어간다. 이불과 함께 쫓겨나는 위잔자오. 웃긴다. 심술이 나서 새로 빚은 고량주에 오줌을 누는 위잔자오, 라오한이 '퉁시 퉁시(무슨 일이냐)' 한다. 아, 위잔아오. 추알을 번쩍 안고 이제부터는 자기가 주인이라며 안채로 들어간다.  위잔자오에 안겨 방으로 들어가는 주알. 그런데 오줌눈 술이 맛이 좋아  로한이 마님에 아뢴다. 추알, `여기가 18리 언덕이니 18리 고량주라 해라`. 18리 고량주라니@@ 이름 한 번 고약하다. 나오지도 않고 말이야.... 얼마 후 라오한이 사라진다.

 

  9년 후  7월. 일본군이 들어온다. 수수밭은 도로로 만들기 위해 베어진다. 아, 아까워라 붉은 수수밭이여, 그 사랑의 보금자리, 그 탈주의 자유. 항일 게릴라하던 라오한이 잡힌다.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진다. 피로 물드는 붉은 수수밭. 추알은 아들과 함께 로한이 만든 술을 절하고 마시게 한 후 복수하기로 한다.  거사 실패. 추알, 음식을 지고 가다가 일본군 기관총에 죽는다.  뒤늦게 터진 폭탄. 수수밭은 온통 화염에 쌓인다.  불타는 수수밭에 위잔아오 부자가 우뚝 서 있다. 그 머리 위로 붉은 해가 이글거린다.  

 

  감독의 배치인가. 영상이 붉은 색 일색이다. 붉고, 또 붉다. 황토와 붉은 수수밭. 중국인의 색채다. 투박한 사람들이 부르는 투박한 노래. 붉은 고량주. 중국인의 민속이 담겼다. 일본군의 출몰과 불타는 붉은 수수밭. 1937년 중일전쟁. 중국의 역사가 담겨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붉은 수수밭. 영상은 환상적이다.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의 전개. 또 보고 싶다.

 

 

 

 

 

  • profile
    에피 2012.12.07 09:04
    오우~~~ so good ! @@ 단풍속에 중국인의 색채가 다 담겨있네요. 순화님의 글도 시작부터 재미있어요. 수수밭에서의 행동유형: 순화님은 오우~ so good!
  • profile
    이우 2012.12.07 17:00

    ... 다이나믹, 유쾌, 재치, 발랄한 리뷰. 글이 곧 사람이네요. 저는, Oh, Excellent!

  • profile
    명화 2012.12.07 17:40

    순화언니! 공리의 술을 빚고 음식을 만드는 씩씩한 몸짓에서 에너지를 얻었는데 언니의 스피디한 글 터치와 순발력 있는 말 솜씨는 언제나 저를 즐겁게 합니다^^ 요 며칠동안 리뷰 쓰면서 영화 속에 나오는 우렁찬 풍악소리와 노랫소리가 자꾸 귓가에 맴도는 거에요. 그런데 뜬금없이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 중 한 귀절이 생각나는거 있죠? -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 profile
    이우 2012.12.07 18:36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어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 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거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거져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어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 박인환 <목마와 숙녀>(1955년)

  • profile
    주엔 2012.12.07 23:47
    글과 사진 모두 멋있고 맛있네요~ 언니의 웃으면 하회탈 눈같은 눈 웃음이 생각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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