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철학] 『들뢰즈가 만든 철학사』 : 주체와 주체화, 자아의 문제

by 이우 posted Sep 18, 2020 Views 1270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책_들뢰즈가만든철학사.jpg


  (...) 자아는 이제 그의 계열이, 그 계열의 수만큼의 우발적인 사건들이 되어 가로질러짐에 틀림없는 그런 모든 자아에, 다른 역할에, 다른 인격에 개방되게 된다. '나는 샹비주이고 바딩게이며 프라도다. 나는 역사에 나타나는 모든 이름인 것이다.' (중략) 소크라테스 이전의 사람들, 로마인들, 유태인들, 그리스도, 반그리스도인, 카이사르, 보르지아, 차라투스트라 등 집합적인 것들이든 개인적인 것들에는 니체의 텍스트 속에서 작동하며 되돌아오는 이 모든 고유명사는 기표들도 아니요 기의들도 아니다. 그것들은 차라리 땅의 신체일 수도 있고 그런 신체 위에서 강도들을 가리킨다. '나는 역사에 나타나는 모든 이름이다'라는 구절은 이런 의미에서이다. 이렇게 하여 여기에 유목주의가 있게 된다. 즉 고유명사들에 의해 지칭되는 강도들이 그 어떤 충만하게 꽉 찬 신체 위에서 살아짐과 동시에 이 강도들에서 저 강도들이 서로서로 침투하는 강도들의 계속적인 자리 이동이 있게 되는 것이다. (...)

 - 『들뢰즈가 만든 철학사』 p.221~272


  (...) 자아의 차원은 우리가 이미 다 완결된 것으로 발견하게 될 결정, 미리 존재하는 결정이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주체화의 선은 여전히 하나의 과정이요, 장치 속에서 일어나는 주체성의 생산이기 때문이다. 장치가 그렇게 하도록 용인하거나 또는 그 일을 가능케 하는 한에 있어서, 주체화의 선은 도주의 선이다. 주체화의 선은 이전의 선들을 벗어나며 또 스스로를 빠져나간다. 따라서 자아는 지식도 아니요 권력도 아니다. 자아는 집단 또는 개인에 근거를 둔 개별화의 과정이다. 단 자아로서의 이 과정은 구성된 지식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립된 힘들의 관계로부터도 스스로 벗어나는 그런 개별화의 과정이다. (중략)

  그렇다면 우리는 이 주체화가 더 이상 귀족적인 삶이나 자유인의 미학적 실존을 통해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배제된 자'의 소외된 실존을 통해서 작용하게 되는 그런 장치들을 내세울 수 있지는 않을까? (중략) 주체화하는 것, 또는 주체화되는 것은 귀족들, 또는 니체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우리, 선한 우리…"를 이야기하는 자들이기는 하지만, 다른 조건 속에서 그것은 배제된 자들, 나쁜 자들, 죄인들이기도 하다. 또 때로는 그것은 은둔자들, 또는 수도사들의 모임, 또는 이교도들이기도 하다. 즉 동적인 장치 속에서 이루어지는 주체적 형성에 대한 모든 종류의 유형학이 거론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서술해야 할, 이들 간의 뒤섞임이 도처에 존재한다. 왜냐하면 미래의 또 다른 형태 아래에서, 또 다른 장치의 권력과 지식 속으로 자신을 다시 투자하기 위하여, 주체성의 생산이 어떤 한 장치의 권력과 지식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장치는 구성 요소들로서 가시성의 선, 언표 행위의 선, 힘의 선, 주체화의 선, 균열, 간극, 단층의 선을 가지고 있다. 이 선들 모두는 서로 교차하여 서로 뒤섞여 얽힌다. 또 선들의 배치상의 변화를 통해서 또는 심지어 배치의 변이를 통해서 일부 선들은 다른 선들을 복구시키거나 다른 선들을 불러 일으킨다. (중략)

  그것은 보편적인 것의 포기이다. 보편적인 것은 아무 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오히려 설명되어야 할 것이 보편적인 것이다. 모든 선은 변화의 선이며, 이 변화의 선은 결코 항구적인 좌표들을 갖지 않는다. 일자, 전체, 참된 것, 대상, 주체는 결코 보편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이러저러한 장치에 내재적인 합일화의, 전체화의, 검증의, 객관화의, 주체화의 특이화 과정들인 것이다. 또한 각각의 장치는 그 자체가 하나의 다양체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 속에서 다른 장치 속에서 작용하는 과정과 구분되는, 생성 중인 이런저런 과정이 작용한다. 푸코의 철학이 실용주의 철학이자 기능주의 철학이요 실증주의 철학이자 다원주의 철학인 것은 이런 의미에서이다. (중략)

  그들은 또 푸코에게 있어서의 결국 모든 장치가 다 동일한 가치를 갖게 되는 것(허무주의)이 아니냐고 따지지 않을까? 이미 오래전에 스피노자 또는 니체 같은 사상가들이 실존의 양태는, 초월적인 가치에 호소하는 일을 배제한 채, 니체적인 기준을 따라서, 그 자신의 '가능성'의 함유 정도, 자유와 창조성의 함유 정도를 따라서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인 바 있다. (...)

 - 『들뢰즈가 만든 철학사』 p.475~479


  (...) 모든 장치는 장치 자신의 새로움과 창조성의 함유를 따라서 정의되게 된다. 그리고 이때 새로움과 창조성의 함유는 가장 굳고 가장 뻣뻣하며 가장 단단한 장치의 선 위에서 힘이 꺽이는 것과는 반대로, 스스로 변형을 하는, 또 이미 미래의 장치를 위하여 스스로 균열되는 그런 장치의 능력을 나타낸다. 그 본성상 주체화의 선은 지식과 권력의 차원들로부터 벗어난다. 따라서 특별히 주체화의 선은, 계속 좌절됨에도 불구하고 이전 장치의 결별에 이를 때까지 다시 취해지고 멈추지 않는 그런 창조의 길을 그려낼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략)

  우리는 이와 같은 장치에 속하며 그것 속에서 행동한다.이 전의 장치들에 대하여 한 장치가 지니는 새로움을 우리는 그 장치의 현실성이라고 부르며 또 우리의 현실성이라고 부른다. 새로운 것, 그것은 바로 현실적인 것이다. 현실적인 것은 우리가 지금 무엇이라고 할 때의 그 무엇이 아니다. 그것은 차라리 우리가 무엇이 된다고 할 때의 그 무엇, 우리가 무엇이 되고 있는 중이라고 할 때의 그 무엇이다. 말하자면 현실적인 것은 타자(l'Autre)요, 우리의 다른 것-되기인 것이다. (...)

- 『들뢰즈가 만든 철학사』 p.480~481  









  1. 18
    Sep 2020
    03:37

    [철학] 『들뢰즈가 만든 철학사』 : 주체와 주체화, 자아의 문제

    (...) 자아는 이제 그의 계열이, 그 계열의 수만큼의 우발적인 사건들이 되어 가로질러짐에 틀림없는 그런 모든 자아에, 다른 역할에, 다른 인격에 개방되게 된다. '나는 샹비주이고 바딩게이며 프라도다. 나는 역사에 나타나는 모든 이름인 것이다.' (중략)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2702 file
    Read More
  2. 19
    Aug 2020
    03:42

    [문학] 사르트르 첫 장편소설 『구토』 : 말과 사물, 존재와 비존재, 의미와 무의미, 질서와 무질서, 즉자·대자·대타존재

    (...) 나는 침묵을 지키고 어색하게 웃는다. 여종업원이 내 앞에 있는 석회빛이 나는 카망베르(노르망디 지방 산 치즈) 한 조각이 놓여 있는 접시를 갖다 놓는다. 나는 방 안을 죽 훑어본다. 심한 역겨움이 나를 사로 잡는다.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것일...
    Category문학 By이우 Views11657 file
    Read More
  3. 29
    Jul 2020
    00:45

    [사회] 칼폴라니 『거대한 변환』 : 빈민구제법·스피남랜드법, 1795년

    (...) 18세기 사회는 사회를 시장의 들러리로 삼으려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무의식적으로 저항했다. 노동시장이 없는 시장경제란 상상할 수 없었지만 노동시장을 형성한다는 것은 특히 영국의 농촌문명 같은 경우 전통적 사회의 골조를 허물어버리는 것이...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0373 file
    Read More
  4. 24
    Jul 2020
    06:14

    [사회] 칼폴라니 『거대한 변환』 : 노동과 토지, 화폐의 상품화

    (...) 경제가 사회관계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 관계가 경제체계 속에 파묻혀 있다. 경제체계가 특수한 동기들을 바탕으로 특별한 지위를 획득하여 독립된 제도들로 조직되면, 사회는 경제체계가 독자적인 법칙에 따라 기능하도록 허용하는 방...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4539 file
    Read More
  5. 29
    Jun 2020
    18:04
    No Image

    [사회] 실용과 효율의 함정 : 싱가포르

    (...) 싱가포르는 일사불란한 통제가 가능할 만큼 한정된 인구를 가진 나라이다. 인구 3백만으로 중국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수상 이광요*는 싱가포르의 특수한 상황을 활용하여 ‘완벽’한 국가를 건설하려고 하였다. 이광요는 실용주의자였...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7373
    Read More
  6. 28
    May 2020
    15:02

    [철학] 푸코 『지식의 고고학』 : 언표(言表)의 정의· 언어행위 분석

    (...) 식물학적 분류표는 언표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구(語句)들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계통학적 나무, 회계 장부, 대차대조표들은 언표들이다. 어구들은 어디에 있는가? 더 나아갈 수 있다. n차의 방정식, 굴절법칙에 관한 대수식은 언표로 간주되어야 한...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5245 file
    Read More
  7. 25
    May 2020
    15:56

    [철학] 푸코 『지식의 고고학』 : 개념의 형성·계열화·도표화·조직화

    (...) 아마도 린네(Carl won Linne)의 작품 속에서 또한 리카드로의 작품이나 포르-르와왈의 문법 속에서 사용된 개념군들은 하나의 복합적인 총체로서 조직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는 그 개념군이 형성하는 연역적 건축물을 재건할 수 있을 것이다....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3323 file
    Read More
  8. 24
    May 2020
    22:29

    [철학] 푸코 『지식의 고고학』 : 언표행위적 양태들의 형태·지위, 장소, 위치 ·계열

    (...) 질적인 기술(記述)들, 전기적 이야기들, 기호들의 지표화, 해석, 그리고 문헌적 검증, 유비에 의한 추리, 연역, 통계학적 계산, 실험적 검증, 그리고 많은 다른 형태의 언표들, 이들이 우리가 19세기의 의학적 언설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5468 file
    Read More
  9. 23
    May 2020
    00:57

    [철학] 푸코 『지식의 고고학』 : 언설·담론·에피스테메(episteme)

    (...) 19세기의 정신병리학이 관련되는영역에 있어, 일찍부터 경범죄의 범주에 속하는 일련의 대상들이 나타남을 볼 수 있다. 살인, 그리고 자살, 치정사건, 성적인 경범죄, 여러 종류의 절도, 부랑죄, 그리고 그 후 이들을 통해서 상속권, 신경증을 야기실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2222 file
    Read More
  10. 17
    May 2020
    17:05

    [사회] 위험사회 : 국제적 불평등 · 제3세계의 계급지위와 위험지위

    (...) 위험지위의 세계적인 평등화는 위험이 유발하는 고통 내부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사회적 불평등에 관하여 우리를 결코 속이지 않는다. 이것은 특히 위험지위와 계급지위가 중첩되는 곳에서 국제적 규모로 발생한다. 지구적 위험사회의 프롤레타리아트는 ...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2130 file
    Read More
  11. 17
    May 2020
    15:10

    [사회] 위험사회 : 부메랑 효과 · 공공수용

    (...) 상당한 정치적 폭발력을 가지고 있는 위험의 분배 유형이 지구화에서 포함되어 있으면서 아직은 그 모습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고 있다. 조만간 위험은 위험을 생산하거나 위험에서 득을 보는 사람들도 따라잡을 것이다. 위험은 사회적 부메랑 효과를 ...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1326 file
    Read More
  12. 07
    May 2020
    12:40

    [철학] 『에티카』 : 정서의 기원과 본성 · 코나투스(conatus)·정신과 신체

    (...) 정서와 인간의 생활 방식에 관하여 기술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통적인 자연법칙을 따르는 자연물이 아니라 자연 밖에 있는 사물에 관하여 논술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로 그들은 자연 안의 인간을 국가 안의 국가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들...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0967 file
    Read More
  13. 07
    May 2020
    03:45

    [철학] 『에티카』 : 정신의 본성과 기원 · 제1종의 인식(표상), 제2종의 인식(이성), 제3종의 인식(직관지)

      (...) 매우 빈번하게 인간의 자태를 경탄하면서 관찰한 사람은 인간이라는 명칭 아래에서 직립한 자세의 동물로 이해한다. 이에 반하여 인간을 다르게 관찰하는는 데 습관이 된 사람은 인간에 관하여 다른 공통된 표상을 형성할 것이다. 즉 인간을 웃을 수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4476 file
    Read More
  14. 04
    May 2020
    23:12

    [사회] 『1차세계대전사』 : 식민지 시대, 파렴치한 이 영국인을 보라!

    (...) 1차 세계대전은 비극적이고 불필요한 전쟁이었다. 신중함이나 공조의 선의가 제 목소리를 냈더라면 최초의 무력 충돌에 앞선 5주간의 위기 동안 어느 때라도 대전의 발발로 이어졌던 사건들의 사슬을 끊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불필요했고, 첫 번째 충돌...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64499 file
    Read More
  15. 30
    Apr 2020
    08:49

    [철학] 『자본론』 : 상품의 등가형태·등가물·등가교환

    (...) 상품 A(아마포)는 자기의 가치를 자기와는 다른 종류의 상품 B(저고리)의 사용가치에 표현함으로써, 상품 B 그 자체에 하나의 독특한 가치형태, 곧 등가물이라는 가치형태를 부여한다. (중략) 저고리가 등가물로 표현되고, 아마포가 상대적 가치로서 표...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9900 file
    Read More
  16. 29
    Apr 2020
    07:09

    [철학] 『자본론』 : 상품과 노동의 이중성·분업·사용가치와 교환가치·유용노동·labor와 work

    (...) 어떤 물건은 가치가 아니면서도 사용가치일 수 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그 물건의 사용성이 노동에 의해서 중개되지 않는 경우에 그러하다. 예를 들면 공기, 처녀지, 자연의 초원이나 야생의 수목 등이 그러하다. 어떤 물건은 상품이 아니면서 유용하...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4670 file
    Read More
  17. 23
    Apr 2020
    00:57

    [철학] 『마르크스 평전』 : 브루노 바우어·포이어바흐·막스 슈티르너, 그리고 『독일 이데올로기』

    마르크스는 법학과에서 에두이르트 겐스, 프리드리히 카를 폰 사비니, 브루노 바우어를 스승으로 모시고 있었다. 특히 개신교 신학자 브루노 바우어는 자유주의 운동과 관련되어 있었다. 그의 방대한 교양, 경구들에 대한 감각, 빈정거림과 대담성은 자연히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0078 file
    Read More
  18. 20
    Apr 2020
    04:04

    [사회] 『다윈에 대한 오해』 : 『인간의 유래』에 나타난 성(性)의 선택

    "성선택의 영향으로 발달된 것이 분명한 구조와 본능이 여럿 존재하는데, 경쟁자와 대적하고 물리치기 위한 수컷의 공격 무기와 방어 수단이 그것이다. 수컷의 담력과 호전성, 다양한 장식, 목소리나 도구를 이용해 음악을 만드는 방식, 냄새를 분비하는 분비...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1227 file
    Read More
  19. 18
    Apr 2020
    23:38

    [사회] 『다윈에 대한 오해』 : 다윈에게 나타난 전체주의·계몽주의·식민주의

    (...) "사회적인 동물의 경우, 자연선택은 때때로 공동체에 이로운 변이의 보존을 통해 개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뛰어난 개체를 다수 포함한 공동체는 수적으로 증가하며 덜 유리한 다른 공동체보다 우세하다. 그리고 이는 그로 인해 각기의 구성원이 같...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7451 file
    Read More
  20. 18
    Apr 2020
    19:15

    [사회] 『다윈에 대한 오해』 : 맬서스 『인구론』과 『종의 기원』에 나타난 자연선택설

    (...) 공간과 자원을 공유하는 생물 종의 수적 성장을 제한하는 요소가 각 환경에 존재해야 하며, 이는 필연적인 연역이다. 무한 가속된 증식 경향과 여러 종 사이의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균형 간의 대립 관계에서 외재적 조절 기제, 즉 각 종의 번식 충동과 ...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4784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5 Next
/ 25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