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다고 하자
이우
한티재에 폭설 쏟아졌다고
갈 수 없었다고 하자
은행나무 숲을 잊었다고 하자
너무 멀리 있었다고 하자
산길은 끊어지고
여기인가 저기인가
알 수 없었다고 하자
밤새 뒤척이던
어두운 방이 아직도 있다고 하자
강변에 누워
바라보다가 돌아왔다고 하자
그랬다고 하자
해가 바다에서 오른다고
마흔인가 예순인가
만나자던 약속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자
많이 아팠다고 하자
그렇다고 하자
뜻밖에 장마진 겨울날
혼자 앉아 있었다고 하자
몰래 소식을 훔쳐보았다고 하자
살아 있냐고
술 취해 전화했다고 하자
그랬다고 하자
그렇다고 말하자
으, 아, 오, 우
으아리꽃 피었다고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