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인문독서토론 과정」 두 번째 시간, 한국근대아동문학의 문을 연 방정환의 <만년셔츠>와 1930년대 말에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며 광복 후 조선 문학가 동맹에 참가, 1950년 월북한 현덕의 <나비를 잡는 아버지>를 읽고 토론했습니다.?우리는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배경과 시대 정신을 돌아보고, 두 작가의 삶을 살펴보고 비교하면서 동화 <만년셔츠>의 주인공 ‘창남’이와 <나비를 잡는 아버지>의 ‘바우’를 만났습니다.?이 두 동화는 같은 시대 상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화의 주인공들은 서로 다른 성향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나비를 잡는 아버지>의 ‘바우’는 마름의 아들인 친구 ‘경환’이의 불합리함에 저항하고, <만년셔츠>의 ‘창남’이는 가난하고 궁핍하게 살면서도 당당하고 밝은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여러분들에게 책 읽은 소감을 물었습니다.?“눈 먼 어머니와 살면서 가난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의 옷을 옆 집 할아버지에게 나눠 주고, 밝고 쾌활하기까지 한 ‘창남’이에게 감동을 받았어요.”?“전 창남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나라면 창남이처럼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감상과 눈물로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듯한 행동으로 일제 강점기를 사는 아이들에게 힘이 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창남이의 행동에 대해 논쟁이 뜨거웠습니다.
또한 <나비를 잡는 아버지>의 ‘바우’와 “아버지”의 행동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습니다.?“힘없는 소작농으로 어쩔 수 없이 나비를 잡아 줄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깊은 정을 느꼈어요.” “고집이 세고, 아버지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바우가 철이 없고 경환이에 대한 열등감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요.”?“일제 강점기라는 시대 상황을 생각해 보면 눈앞의 생계도 중요하지만, ‘경환’이의 부당함에 화를 내고 맞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바우’가 좋았어요.”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를 현재로 다시 당겨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해답을 찾아 나아갈 때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영웅의 낭만주의적 목소리’로 ‘감정을 가진 주체화된 개인으로 행동’하는 ‘창남’이는 다른 이웃들과 학교의 친구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 슬퍼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또, ‘바우’가 불합리함에 저항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바꿔 ‘경환’이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는 없는 것일까요? 우리는 아이들에게 이 동화를 읽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를 질문해 봐야 합니다.
어린이책을 공부하는 어른들이 과거의 ‘창남’이와 ‘바우’를 현재로 다시 당겨와 2017년을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 ‘창남’이의 밝고 따뜻한 마음과 ‘바우’의 용기와 결단력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