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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Politika)』 : 재산공유제에 대한 비판

by 이우 posted Aug 24, 2016 Views 4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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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에는 재산(ktesis)에 관해 고찰해 보기로 하자. 이상 국가의 시민들에게는 재산공유제가 적절한가, 아니면 사유제가 적절한가? 이 문제는 처자공유제에 대한 여러 제안과 별도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설사 현재의 보편적인 관행에 따라 처자가 개인들에 속하더라도 재산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이용하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는 것이다. 거기에는 세 가지의 가능성이 있다. 첫째, 땅은 사유하되 거기서 생산되는 작물은 공동으로 소비하기 위해 공동출자하자는 것이다. 외국의 몇몇은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둘째, 땅은 공유하여 공공으로 경작하되 작물은 각자의 필요에 따라 개인끼리 분배하자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공유제 역시 일부 비헬라스인들 사이에서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셋째, 땅과 작물을 모두 공유하는 것이다.


  땅의 경작자가 노예처럼 땅임자와 다를 경우, 사정은 달라져 쉽게 조정할 수 잇다. 그러나 땅임자들이 자기 땅을 경작할 경우, 소유권 문제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야기될 것이다. 노동과 수익이 공평하지 않을 경우, 많이 일하고 적게 받는 자들은 틀림없이 적게 일하고 많이 받는 자들을 원망하게 될 테니 말이다. (...) 각자가 자기 재산을 돌보면 불평할 일이 없을 것이고, 각자가 자기 이익을 위해 일한다고 느낄테니 더 잘 보살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친구들의 재산은 모두 공유물이다'라는 속담의 정신에 따라 개인의 재산이 모두를 위해 사용되도록 보장해 주는 것은 도덕적 탁월함이지 법적 강제가 아니다. (...) 이상에서 밝혀졌듯이 재산은 개인이 소유하되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런 품성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입법자의 본연 임무다. (...)


  플라톤이 제의한 것과 같은 제도는 매력적이고 인간적인 것으로 보일 것이다. 이런 제도에 관해 듣는 사람은 만인이 만인의 놀라운 친구가 되리라 믿고 기꺼이 받아들일 것인데, 지금 여러 국가에서 존재하는 악(惡)들, 이를테면 계약 파기로 인한 상호 고소, 위증으로 인한 재판, 부자들에 대한 아첨 등은 재산 사유제 탓이라는 말에 귀가 더욱 솔깃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악들은 재산공유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인간의 타고난 사악함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사실 눈여겨 보면 재산을 공유하고 공동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재산을 사유하는 사람들보다 서로 분쟁에 말려드는 경우가 더 많다. 소크라테스가 오류를 저지른 이유는 그의 논의의 출발점인 통일성에 대한 가정이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가정에도 국가에도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총체적 통일성이어서는 안된다. 통일성에도 어떤 선(線)이 있어 그것을 넘어서면 국가 국가이기를 멈추거나, 아니면 국가이기를 멈추지 않더라도 열등한 국가가 된다. 그것은 마치 합주(合奏)를 단선율(單旋律)로, 리듬을 단 하나의 박자로 바꾸는 것과 같다. (...)


  공동체에서 국가가 전체적으로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 소크라테스는 설명하지 않았고, 설명하기가 쉽지도 않을 것이다. 국가 구성원은 대부분 수호자들이 아닌 일반 대중인데 그들에 관해서는 명확하게 규정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농민들도 수호자들처럼 재산을 공유하는가, 사유하는가? 그들의 처자들은 사유인가, 공유인가? 수호자들의 지배를 받아들임으로써 그들이 얻는 이익이 무엇인가? 그들은 왜 수호자들의 지배를 받아들이는가? (..) 반면 농민들에게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과 같은 재산제도와 결혼제도, 즉 사유재산제도와 개별 가족제도가 적용된다면 공동체 전체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그럴 경우 필연적으로 한 국가 안에 서로 적대적인 두 국가가 생겨나게 될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수호자들은 점령군으로 만들고, 농민들과 기술자들과 다른 사람들은 점령된 도시의 시민들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고발과 소송, 소크라테스가 다른 도시들에서 발생한다고 확언하는 온갖 악이 그들 사이에서 똑 같이 발생할 것이다. (...)


  끝으로 소크라테스는 수호자들에게 행복(edudaimmonia)을 거부하면서 국가 전체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입법자의 임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나 대부분이나 일부가 행복하지 않고서는 전체가 행복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



-『정치학(Politika)』(아리스토텔레스·도서출판 숲·2009년) <제2권 이상국가 · 제5장 플라톤의 <국가>에서 재산공유제에 대한 비판> p.7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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