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눈 오는 날의 스케치-이별 유예 _김명화

posted Dec 05, 2015 Views 5330 Replies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이미지_눈.jpg

  눈 오는 날의 스케치
  -이별 유예

  김명화

  산발적으로 눈이 내린다. 창밖을 오래 응시했다. 고요와 침잠의 시간이다. 마지막 수업이 있기 전, 이사를 앞둔 미영 님의 얼굴이 계속 아른거렸다. 이별은 안개의 형상으로 저만큼 앞에 서 있다가, 점점 가까이 내게로 걸어왔다. 예상은 예상일 뿐, 이별은 언제나 느닷없는 것이 되고 만다. 이사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이 어떠한 수순을 가져오는지, 우리는 경험을 통하여 잘 알고 있다. 떨어짐의 거리는, 시간보다 공간적 문제에 가까운 듯하다. 그것이 다시 시간의 문제로 돌아오겠지만.

  세상엔, 수많은 색깔의 이별이 있지만, 난 또 다른 이별 앞에서 허둥대고….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가, '얼굴'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박인희의 목소리와 뒤엉켜 내 귓전을 맴돈다. 뜨거워 붉어진 눈동자 안쪽에서 생긴 슬픔이, 목을 타고 내려와 심장에 내를 이룬다. 울지 못했다. 울면, 정말 이별이 될까봐, 울 수 없었다. 현대는 완벽한(?) 이별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움조차 어색하게 만든다. 그러한 어정쩡한 이별은, 우리를 더욱 난감하게 하고, 허허롭게 하고, 고립시키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나를 두렵게 한다.

  그녀가 이사하던 날에도 눈이 내렸고, 오늘처럼 추웠다. 내 옆엔 흔들 탱자나무가 없었다. 작은 몸으로 하루 종일 동동거렸을 그녀를 생각했다. 그녀의 말은 꼼꼼하다. 맛있는 음식을 사랑하고, 감정에 솔직하다. 메고가는 그녀의 가방 속에서 방울소리가 날 것 같다. "아휴~ 이우 샘, 왜 하필이면 그 많은 꽃 중에 '오이꽃'이예요! 저 볼 날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저한테 좀 잘해주세요." 그녀의 투정은 사람의 마음을 맑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 헤어질 수 없는 사람들은 헤어질 수 없다.

  "우리 아직 이별 아닌 거 맞죠?"







  1. 20
    Dec 2016
    17:39

    나를 소개하다 _봉혜선

    중랑구립정보도서관 봉혜선 1. 발생, 발견, 발산, 발전 오전 운동 나갈 때면 포드득대며 소리지르는 새. 떨어져 고인 낙엽 닮은, 날아다니는 새들이 환영하듯 앞서 가는 걸 보며 걸어간다, 걸어댄다, 걸어본다. 새들만이 나를 반기는 유일한 생명체인 듯한 비...
    Category중랑도서관 인문학 글쓰기 By이우 Reply0 Views10287 file
    Read More
  2. 20
    Dec 2016
    17:38

    나는 _안혜원

    중랑구립정보도서관 안혜원 아침밥을 안치자마자 다시마를 한 조각 뚝, 분질러 찬물에 담그려다 문득 내가 딱딱하게 말라가는 다시마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때는 깊은 물결 속에서 무성하게 휘날렸을. 이십대가 시작되었을 때, 뿌리 없는 해초가 떠밀리듯 ...
    Category중랑도서관 인문학 글쓰기 By이우 Reply0 Views5184 file
    Read More
  3. 20
    Dec 2016
    17:36

    유씨솜씨 _유현주

    유씨솜씨 중량구립정보도서관 유현주 제 이름은 유현주입니다. 요즘의 '나'는 곧 '유씨솜씨'이기도 합니다. '유씨솜씨'는 프랑스자수를 시작하면서 붙인 제 브랜드(?) 이름입니다. -자수공방으로 세련된 이름도 많은데 왜 하필 촌스러운 '유씨솜씨'냐고요? 사...
    Category중랑도서관 인문학 글쓰기 By이우 Reply0 Views5202 file
    Read More
  4. 21
    Feb 2016
    03:40

    몸, 차이로 존재하는 아름다움_김슬아

    청소년인문학 김슬아(중등 1학년) 사람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저마다의 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름답다. 저마다의 다른 특성, 저마다의 색깔을 우리는 ‘매력’이라고 부른다. 사회와 시대가 정하는 아름다운 외모, 아름다운 몸매가 아니라 저마다의 ‘매력...
    Category청소년 인문학 By이우 Reply0 Views5270 file
    Read More
  5. 21
    Feb 2016
    03:39

    이해와 공감_김슬아

    청소년인문학 김슬아(중등 1학년) ‘이해’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공감’이란 다른 사람의 감정을 함께 나누는 일이다. 사람들의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나 사회 문제의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공감하지 못하기 때...
    Category청소년 인문학 By이우 Reply0 Views5798 file
    Read More
  6. 21
    Feb 2016
    03:38

    이해와 공감에 관하여_이가은

    청소년인문학 중등 2학년 이가은 ‘이해’란 ‘남의 사정을 잘 헤아려 너그럽게 받아들인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공감’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자신도 그렇게 느낀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혼자 살아간다면 이해와 공감이란 것은 필요 없을 지도 모르지만 우...
    Category청소년 인문학 By이우 Reply0 Views5540 file
    Read More
  7. 21
    Feb 2016
    03:36

    몸, 차이로 존재하는 아름다움_이가은

    청소년인문학 중등 2학년 이가은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키가 큰 사람, 키가 작은 사람, 뚱뚱한 사람, 마른 사람, 눈이 큰 사람과 작은 사람……. 저마다 외모가 다르듯 생각도 저마다 다르며 성격도 모두 다르다. 서로 다른 모양, 서로 다른 색깔을 ...
    Category청소년 인문학 By이우 Reply0 Views5604 file
    Read More
  8. 30
    Jan 2016
    22:53

    뒤섞임과 다양성_ 이가은

    뒤섞임과 다양성 ―<피부색깔=꿀색>을 읽고― 청소년인문학 이가은(중등 2학년) ‘뒤섞임’과 ‘다양성’이 무엇일까? 다양성이란 모양, 빛깔, 형태, 양식 등 여러 가지로 많은 성질을 말한다. 하나의 벚나무에서 피는 꽃들을 ‘벚꽃’이라고 말하지만 제각기 잘 살펴...
    Category청소년 인문학 By이우 Reply0 Views5565 file
    Read More
  9. 23
    Jan 2016
    21:23

    공부는 왜 해야 할까? _이가은

    청소년인문학 중등 2학년 이가은 의견을 나누기 위해 우리는 공부해야 한다. 우리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 간다. 만약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내가 그 내용을 전혀 모른다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결국 소외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
    Category청소년 인문학 By이우 Reply0 Views6886 file
    Read More
  10. 23
    Jan 2016
    21:21

    왜 알아야 할까? _손유하

    청소년인문학 중등 1학년 손유하 소통하려면 알아야 한다. 알아야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나의 의견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어떤 활동을 할 때에도 규칙이나 방법을 알아야 함께 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얻기 위해서도 우리는 알아야 ...
    Category청소년 인문학 By이우 Reply0 Views5928 file
    Read More
  11. 05
    Dec 2015
    18:35

    눈 오는 날의 스케치-이별 유예 _김명화

    눈 오는 날의 스케치 -이별 유예 김명화 산발적으로 눈이 내린다. 창밖을 오래 응시했다. 고요와 침잠의 시간이다. 마지막 수업이 있기 전, 이사를 앞둔 미영 님의 얼굴이 계속 아른거렸다. 이별은 안개의 형상으로 저만큼 앞에 서 있다가, 점점 가까이 내게...
    Category금하문학클럽 By이우 Reply0 Views5330 file
    Read More
  12. 30
    Nov 2015
    20:01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랑한다 _박지윤

    박지윤 그는 내 마음을 안다고, 나를 믿는다 했다. 나를 믿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있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따뜻했다. 행복했다. 그러나 얼마 있지 않아 믿을 수 없다고, 모르겠다고 했다. 따뜻함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안다고...
    Category여행 작가 과정 By이우 Reply0 Views5825
    Read More
  13. 30
    Nov 2015
    00:56

    [성북동 사랑길 기행] 다음에 손잡고 같이 와야지 _김아름

    김아름 날씨가 너무나 좋았다. 가을 잎들은 빨갛고 노랗고 햇살은 따뜻했다. 마음이 설렜다. 전날 밤을 설쳤는지 커피를 마셔서 그런지 심장이 두근거렸다. 수연산방에서 오미자차를 마셨다. 자줏빛 물에 물든 잣이 고소하다. 한용운 시인이 직접 심었다는 심...
    Category여행 작가 과정 By이우 Reply0 Views5669 file
    Read More
  14. 26
    Nov 2015
    17:35

    금하문학클럽을 마치며 _오진화

    오진화 42주간(1월 6일부터 11월 17일) 화요일은 책을 이야기하고 우리 삶을 이야기하는 귀한 시간들이었다. '바람 구두를 신은 사나이' 랭보를 좋아하는 샘의 스물 한번의 드라마를 들으며 "문학은 무엇에 관하여 말해야 하는가?"를 생각했다. 박솔뫼는 겨울...
    Category금하문학클럽 By이우 Reply1 Views5284 file
    Read More
  15. 25
    Nov 2015
    19:26

    [성북동 사랑길 기행] 단풍잎 _김윤정

    김윤정 단풍잎 같은 사람이 만나고 싶어졌다. 내 발끝마저 물들일 수 있는 그런 사람. 나 또한 단풍잎 같은 사랑을 주고 싶어졌다. 소복이 쌓인 잎처럼 따뜻함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 스무살 학교 「청년, 세상 속으로 길 나서다(여행작가 기초과정)」 개요 ...
    Category여행 작가 과정 By이우 Reply0 Views5695 file
    Read More
  16. 25
    Nov 2015
    19:13

    뒤바뀐 가방 _김윤정

    김윤정 '416호……. 여기네.'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바로 짐을 안풀고 침대로 점프! 역시 호텔 침대는 이 맛이지 ^^. 맥주를 마실 건 아니지만 괜히 냉장고에 있는 음료수와 맥주 브랜드를 살펴 본다. 집에선 절대 입을 일 없는 샤워 가운도 옷장에서...
    Category여행 작가 과정 By이우 Reply0 Views5889
    Read More
  17. 25
    Nov 2015
    17:04

    [성북동 사랑길 기행] 우산을 든 석상(石像) _김경주

    김경주 낯선 공기가 나를 반긴다. 성북동 사랑길은 가을 끝자락의 냄새로 그윽하다. 축축한 낙엽 냄새가 몸을 감싼다. 낙엽향이 바람과 춤을 추며 그때의 그들의 시간으로 이끈다. 상허 이태준의 가옥으로, 만해 한용운의 심우장으로, 평생 백석을 기다린 김영...
    Category여행 작가 과정 By이우 Reply0 Views5724 file
    Read More
  18. 23
    Nov 2015
    19:55

    겨울, 비

    겨울, 비 이우 겨울 옥탑방에서 눈물 같기도 하고 계집애 오줌 누는 소리 같기도 한 빗소리를 듣는다 그랬다 장난처럼 꽃이 피고 장난처럼 비가 내리고 장난처럼 사랑을 했다 한두끼쯤 굶을 수 있었다 그럴 수 있었다 꽃처럼 비처럼 사랑을 하고 사랑처럼 꽃...
    Category여행 작가 과정 By이우 Reply0 Views5710 file
    Read More
  19. 22
    Nov 2015
    18:43

    [성북동 사랑길 기행] 그림 리뷰 _함지영

    ↑ 함지영, 성북동 <수연산방>에서 그리다. ↑ 함지영, 성북동 <심우장> 나무를 그리다. <스무살 학교 「청년, 세상 속으로 길 나서다」(여행작가 기초과정) · 7 : 성북동 사랑길 기행> 화보 보기 ( http://www.epicurus.kr/Photo_Gallary/393343 )
    Category여행 작가 과정 By이우 Reply0 Views5770 file
    Read More
  20. 20
    Nov 2015
    14:41

    [강의 후기] 동물원 밖에서, 한바탕 춤과 노래를!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 정현 ? 올 해 가을은 예천 초입의 풍년휴게소에서 맞이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어린 강아지였던 백구가 네 살을 더 먹어 성견이 되었는데도, 일 년이 훌쩍 지나 나타난 우리를 여전히 기쁘게 반겨 줍니다. ‘생강나무 노란 싹이 트...
    Category인문고전 만남 By정현 Reply0 Views5367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