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강의 후기] 접시꽃 핀 마당 옆, 물든 느티나무 아래

posted Nov 15, 2015 Views 4990 Replies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 이우


이미지_학생들01.jpg

   서울에서 예천까지 편도 250Km, 왕복 500Km. 2012년부터 4년 동안 매년 열 번 넘게 길 위에 머무렀으니 지금까지 5만Km 이상을 달렸습니다. 적도를 따라서 잰 지구의 둘레가 4만 76.6km이니 그 동안 적도를 따라 지구를 한바퀴 돈 셈입니다. 길은 봄에서 여름으로 이어지거나, 늦여름에서 가을로 이어졌습니다. 길 위에서 잠시 쉬자며 우연하게 들어섰던 예천읍 입구 풍년휴게소에는 백구 한 마리가 늘 우리를 맞았습니다. 낯을 익힌 백구가 접시꽃이 핀 마당 옆에서, 혹은 물든 느티나무 아래에서 꼬리를 흔들며 스프링처럼 튀어오릅니다. 학생들은 매년 새로운 얼굴들입니다. 교정을 떠난 이들은 우리를 기억할까요? 올해 경북도립대학교 인문고전 만남 <청년, 세상을 노마드하다>를 들었던 학생들은 가끔 우리의 얼굴을 떠올려 주기나 할까요? 그 동안 나는 무엇을 했을까요? 그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들이 이들의 길 위에 꽃잎이 되거나 물든 잎들 하나만큼이나 될까요? 혹여 그저 학사 일정의 하나려니 바람으로 지나치는 것은 아닐까요? 늦가을비 내리는 새벽, 상념이 가득입니다.

  아프고 슬픈 시간들이었습니다. 모두 저마다 차이를 가진 개별자라고 소리쳐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경쟁할 수밖에 없으니 친구를 밟고, 이웃을 짓누르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제칠 수 밖에 없다’는 그들 앞에 서 있어야 했습니다. 먼저 삶을 살아왔으나 우리가 만든 세계는 이러했습니다. 관념이나 관습이나 신앙이나 이념들을 통해서 개인은 자신이 속한 이 형편 없는 사회와 전통 속으로 돌아가고, 이 말도 안되는 사회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속시킬 개인들을 재생산합니다. 출생신고서에 기입되어야 태어날 수 있고 생활기록부에 기장되어야 자라나고, 주민등록부에 이름이 올라야 살아갈 수 있고, 사망신고서에 기표되어야 삶을 마감할 수 있는 우리…. 이 세계에서 인간의 태어남과 죽음은 사회적인 절차의 과정입니다. ‘그러니 할 수 없지 않나, 힘껏 살아가는 수밖에’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걸까요? 맞습니다. 인간의 탄생이 사회적으로 확정되고, 죽음 또한 사회적으로 확정됩니다. 태어남과 죽음 사이의 삶도 그러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우리의 ‘삶’은 사회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라면, 자신이 선택하는 온전한 내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 우리는 기존의 의미 체계와는 다른 의미 체계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과거에 규정된 주체 형식을 벗어나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순수한 결단이 아니라 우리가 마주친 타자의 타자성이었습니다. 기존의 의미를 뒤흔드는 타자와의 마주침을 통해서만 우리는 의미를 새롭게 생산할 수 있었고. 우리는 이를 ‘노마드한다’고 이름 붙였습니다.

  ‘노마드한다’는 것은 새로운 가치의 창안, 새로운 삶의 방식의 창조, 그것을 통해서 낡은 가치를 버리고 낡은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는 탈주선을 그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탈주는 도주와 다릅니다. 도주가 동일성을 피하는 퇴행(退行)이라면, 탈주는 새로운 차이를 만드는 역행(逆行)입니다. 하나의 가치, 하나의 스타일, 하나의 영토에 머물지 않고 그것들로부터 벗어나는 탈영토화 운동 속에서 사는 방식입니다. 새로운 영토를 만들거나 거기에 자리잡는 태도(재영토화)가 아니라, 머물고 있는 곳이 어디든 항상 떠날 수 있는 태도(탈영토화)입니다. 노마드한다는 것은, 지금 우리가 몸 담고 있는 학교·회사·지역·사회를 벗어나 도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새로운 탈-기표를 생성하는 일입니다. 탈-기표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우리에게 기표(記標, signifiance)를 기입하는 학교·회사·지역·사회 안에 있으면서 기입되는 기표와 반-기표를 잘 살피고 물적(物的)인 배치물, 비물적(非物的)인 배치물을 이동시켜야 합니다. 

  ‘노마드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이렇게 말하는 순간, 우리는 프리모 레비(Primo Michele Levi, 1919년~ 1987년)가 폴란드 아우슈비츠 제3수용소에서 단말마처럼 외쳤던 “복종하는 기술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말, "복종하는 기술자, 혹은 '복종할 준비가 되어 있는 기술자들이 훨씬 더 위험하다"는 이 말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겨울입니다. 34번 국도 위로 잎을 떨구고 겨울을 기다리는 느티나무가 있던, 꽃 지우고 어깨를 움츠린 접시꽃 있던 그 마당에 눈발들이 날릴 겁니다. 백구 한 마리, 눈밭 위에서 호기롭게 흐린 하늘 쳐다보고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앞 날에 편위(偏位, Clinamen)로 낙하하면서 만나고 부딪치는 서설(瑞雪)이, 충만과 공백으로 가득한 아를르캥(Arleuin, 울긋불긋한 옷차림의 익살광대)이, ‘영하 13도, 영하 20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있으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는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가, 응축된 버추얼티(virtuality, 잠재성)가 터지는 액추얼티(actuality, 현실성)가 가득하길….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13도
  영하 20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裸木(나목)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 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5도 영상 13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 황지우 시집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민음사. 1985년)에서









  

  





























  


  1. 15
    Nov 2015
    01:48

    [강의 후기] 접시꽃 핀 마당 옆, 물든 느티나무 아래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 이우 서울에서 예천까지 편도 250Km, 왕복 500Km. 2012년부터 4년 동안 매년 열 번 넘게 길 위에 머무렀으니 지금까지 5만Km 이상을 달렸습니다. 적도를 따라서 잰 지구의 둘레가 4만 76.6km이니 그 동안 적도를 따라 지구를 한바퀴 ...
    Category인문고전 만남 By이우 Reply0 Views4990 file
    Read More
  2. 07
    Nov 2015
    21:32

    다시,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_함지영

    함지영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Lazy hitchhikers tour de europe)'(2013)은 잉여인간, 잉여세대 컨셉을 모티브로 삼은 다큐영화다. 스스로 자신을 잉여로 부르는 네 명은 유럽 여행을 계획하지만 촬영에 필요한 카메라와 노트북구입 그리고 비행기 표를 구...
    Category여행 작가 과정 By이우 Reply0 Views3978
    Read More
  3. 07
    Nov 2015
    21:31

    여행의 목적 _김경주

    김경주 마치 숙제인 것처럼 다녀온 이번 여행. 대학생의 특권이라 할 수 있는 방학 여행을 숙제로써 다녀왔다. 4년간의 방학동안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지내다가 작년 겨울 여행을 시작으로 여행의 재미를 알게 됐다. 이번 여름 기필코 해외여행을 가리라 다짐...
    Category여행 작가 과정 By이우 Reply0 Views3854
    Read More
  4. 31
    Oct 2015
    16:54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_김경주

    김경주 책장에서 공책을 꺼내든다. “우리는 묻게 된다. ‘그가 정말로 그렇게 멋진 사람이라면, 어떻게 나같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알랭 드 보통의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내용 일부이다. 클로이를 사랑한 나는 이러한 의문을 갖고 클로이가 나를 사...
    Category여행 작가 과정 By이우 Reply0 Views3601
    Read More
  5. 31
    Oct 2015
    16:50

    토마토 _김윤정

    토마토 김윤정 천둥, 번개가 우리 사이를 갈라 놓았을 때 우린 각자 다른 눈과 발을 가지게 되었지 우리가 한 몸이였을 땐 바다도 하늘도 무서울 게 없었는데 이젠 작은 연못조차 무서워져버렸어 으깨진 토마토가 우리의 배꼽이라도 되는 것마냥 하나였던 우...
    Category여행 작가 과정 By이우 Reply0 Views3698
    Read More
  6. 31
    Oct 2015
    16:47

    깊은 슬픔 _김희정

    김희정 유난히도 비가 많이 왔던 작년 여름. 끝도 없이 쏟아지던 장맛비 속, 무료한 마음을 달래려 무심코 펼쳤던 신경숙 작가의 <깊은 슬픔>. 책이 꽤 두꺼웠으나 가방 안에 넣어서 틈틈이 꺼내 읽었던 것 같다. 우산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책에 스며들기...
    Category여행 작가 과정 By이우 Reply0 Views3902
    Read More
  7. 25
    Oct 2015
    18:22

    바람 구두 신은 랭보_ 이우

    이우 아르튀르 랭보(Jean Nicolas Arthur Rimbaud, 1854년~1891년), 학창 시절에 너를 만나고 30년만에 다시 너를 만난다. 베를렌(Paul Verlaine, 1844년~1896년)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너를 ‘바람 구두를 신은 사나이’라 부르며 가난한 옆구리에 끼고 길을...
    Category금하문학클럽 By이우 Reply0 Views3222 file
    Read More
  8. 21
    Oct 2015
    15:56

    [시 리뷰] 아르튀르 랭보에게 _이우

    아르튀르 랭보에게 이우 너를 읽고 있다 수세미 꽃피던 구청 뜨락에 앉아, 오이꽃 피고 진 밭머리에 앉아, 달맞이 꽃흔드는 달빛에 걸터 앉고, 발정난 고양이 옆 할미꽃으로 고개 박으며, 한여름 뙤약볕 아래 접시꽃으로 흔들리며, 모두, 읽고 있다 그는 어두...
    Category금하문학클럽 By이우 Reply0 Views3430
    Read More
  9. 21
    Oct 2015
    15:54

    [그림 리뷰] 아르튀르 랭보 _황은미

    <금하문학클럽, 문학으로 철학하다> 제19강 <랭보 시선> 강좌 후, 즉석에서 그린 황은미의 그림, <아르튀르 랭보> 금하문학클럽 「문학으로 철학하다」(제4기) 커리큘럼 보기 ( http://www.epicurus.kr/Notice/392189 )
    Category금하문학클럽 By이우 Reply0 Views2972 file
    Read More
  10. 21
    Oct 2015
    14:39

    생명, 그리고 엘랑비탈(Elan vital, 약동)

    장동기 생명 그리고 약동(엘랑 비탈, Elan vital, 약동)은 노마드와 잘 어울린다. 태어나고 숨 쉬는, 생기 있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신체가 틀에 갇혀 있지 않고 제한되어 있지 않으며 자유롭고 끊임없이 자신을 바꾸어 가는 것이 바로 유목민의 모습이다. 생명...
    Category인문고전 만남 By이우 Reply0 Views3312
    Read More
  11. 21
    Oct 2015
    13:07

    1+1=∞(무한대) _유지연

    유지연 모두가 관계에 고프다. 아니 관계가 고픈 정도가 아니라 관계를 갈구한다. 관계는 누군가와,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고 싶은 욕구다. 연결되어 있음을, 너와 내가 무언가를 공유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발 디딜 틈 없이 체온으로 가득 찬 출근길 지하철 안...
    Category여행 작가 과정 By이우 Reply0 Views3435
    Read More
  12. 21
    Oct 2015
    12:41

    지금 나에게 ‘관계’란 _김아름

    김아름 나와 타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끈이 있다. 세상에 ‘나’를 중심으로 뻗어있는 ‘관계’라는 끈은 타인과 나를 연결해준다. 어릴 때는 가족과의 ‘관계’가 중요하고, 학교를 다니면서 또래 친구 사이에 웃다가 울다가, 사회에 나가면 더욱 많은 사람, 더욱 나...
    Category여행 작가 과정 By이우 Reply0 Views3329
    Read More
  13. 16
    Oct 2015
    20:49

    함지영의 일러스트(illust), '스무 살 학교'

    함지영의 일러스트(illust), '스무 살 학교'
    Category여행 작가 과정 By이우 Reply0 Views3028 file
    Read More
  14. 15
    Oct 2015
    00:21

    가면(Persona) _김효섭

    김효섭 사람은 가면 없이 살아 갈 수 없다. 가면이 없으면 사람들 사이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다. 자신이 가면을 만드는 사람도 있고, 자신도 모르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어느 착하고 순진한 소년이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이 순진한 소년을 착...
    Category인문고전 만남 By이우 Reply0 Views3056 file
    Read More
  15. 15
    Oct 2015
    00:19

    바람 부는 곳으로 가자 _이광현

    이광현 직장, 삶, 행복 등 많은 것들이 관계에서부터 시작된다. 모여 살게 된 것도, 서로 사랑을 하는 것도, 돈을 버는 것도 모두 다 관계 위에서 이루어진다. 관계란 무엇일까? 친구, 연인, 가족 우리는 수없이 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관계란, ‘다...
    Category인문고전 만남 By이우 Reply0 Views3317 file
    Read More
  16. 15
    Oct 2015
    00:16

    대체, 나는 누굴까? _백승환

    백승환 3월 초에 경북도립대에 와서 가장 유익한 시간이었다. 사람에 대한 학문이고 사람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것, 주체 철학, 객체 철학, 자본주의를 비판한 칼 마르크스, 그리고 '기존 체제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순수한 결단이 아니...
    Category인문고전 만남 By이우 Reply0 Views3218 file
    Read More
  17. 14
    Oct 2015
    23:29

    나, 어떻하면 좋을까? _오유비

    오유비 ‘청년, 세상을 노마드하다’. 평소 내가 생각하는 삶과 비슷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무언가에 매여져 있는걸 싫어했다. 누군가 시켜 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항상 나만의 길을 가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방법과는 다른 방법을 고민했다. 대...
    Category인문고전 만남 By이우 Reply0 Views2812 file
    Read More
  18. 14
    Oct 2015
    17:48

    청년이여, 세상을 노마드하자 _김민철

    김민철 나에게 노마드(nomad)란 ‘유목민’, ‘자유로운 영혼’, ‘개별자’다. 살 곳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는 유목민, 노마드. 노마드하기 위해서는 저마다 고유한 특이성을 가진 개별성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야 하지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외부의 만들어진 환경...
    Category인문고전 만남 By이우 Reply0 Views3213 file
    Read More
  19. 14
    Oct 2015
    17:46

    인문(人文)이란? _백승환

    백승환 인문학은 사람(각 개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학문이다.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고 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개인의 다양한 갈등과 고민의 원인, 해답을 스스로 찾고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수단이다. 이 프로그램은 인문학을 쉽게 접하고 삶에 적용...
    Category인문고전 만남 By이우 Reply0 Views2962 file
    Read More
  20. 14
    Oct 2015
    17:16

    인문학(人文學, humanitas) _강용택

    강용택 인문학은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 영역이다. 자연을 다루는 자연과학(自然科學)에 대립되는 영역으로, 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데 반하여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 탐구와 표현활동을 대상으로 한다. 광범위...
    Category인문고전 만남 By이우 Reply0 Views3096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