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사명 : 2016년 은평시민대학 · 꽃보다어른학교 · 인문여행교실
○ 모인 장소 :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화박물관(www.koreafilm.or.kr) 정문
○ 모인 시간 : 2016년 6월 23일(목요일) 오후 3시
○ 헤어진 시간 : 2016년 6월 23일(목요일) 오후 6시 50분
○ 헤어진 장소 : 한국영화박물관 · 한국영상자료원(www.koreafilm.or.kr)
○ 사진 촬영 테마 : 생명과 이미지
2016년 은평시민대학 · 꽃보다어른학교 · 인문여행교실 네번째 탐방, <생명과 이미지>라는 테마로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화박물관(www.koreafilm.or.kr)을 다녀왔습니다.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는 관념론을 펴면서'어떻게 육체를 이성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까?'라는 '도덕정념론'을 펼칠 때 스피노자는 저서 <에티카(Ethica)>를 통해 "그들은 신체가 정신의 명령에 의해서만 운동하기도 하고 정지하기도 하며, 오직 정신의 의지나 사고력에 의존하여 여러 가지를 행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신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사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데카르트의 사유를 거부합니다. 신체에 대한 이러한 사유는 베르손에 의해 완성되어 새로운 미학과 새로운 철학의 장을 엽니다.
베르그손에 따르면, 신체가 체험한 기억은 지속되면서 미래로 향합니다. 우리는 미래를 부르고, 혹은 오히려 우리를 미래가 있는 쪽으로 끌어당깁니다. 우리를 시간의 길 위에서 전진하게 하는 이런 끊이지 않는 끌어당김이 바로 우리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는 이유일 겁니다. 모든 행동은 미래를 조금씩 잠식하는 것이며 이미 더 이상 없는 것을 붙잡는 것, 아직 오지 않은 것을 예상하는 것이 바로 의식의 기능입니다. 신체의 이 기능을 가능케하는 것은 '무한히 펼쳐진 한 존재의 막대한 기간들을 더욱 강렬한 삶의 몇몇 순간들로 수축시키는 기억'으로 매우 긴 역사를 요약하는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지각하고 기억한다는 것은 과거를 고정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기억은 시간과 공간 이미지로 이루어집니다. 이미지로 이루어진 기억은 과거를 기억하고 보존하면서, 미래를 위해 새로운 것, 즉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초가 됩니다. 베르그손은 이런 신체의 생명 활동을 '엘랑 비탈(Elan vital, 약동)'이라고 부릅니다.
영화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들뢰즈의 예술철학은 베르손의 사유에 빚집니다. 영화는, 늘 변화하면서 고정되지 않는 세계를 절단하고 채취한 이미지의 연속이며 기억된 시간·공간 이미지의 다발들입니다. 한 시대의 시간과 공간 이미지를 기록하고 보존합니다. 미래를 위해 새로운 것, 즉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초가 됩니다. 영화는 이미지로 이루어진 '기억'입니다.
우연하게 마주한 포르투갈의 영화 거장 '페드로 코스타*'를 회고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다시 만개한 꽃>은 리스본의 빈민가, 퐁텐하스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페드로 코스타'의 최근작 <행진하는 청춘>의 촬영 과정, 미묘하게 다른 테이크들 중에서 좀더 나은 것을 선택하려는 감독의 고민이 드러나는 편집 과정, 그리고 촬영지에서의 페드로 코스타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캠코더 외에 시나리오도 조명 장비도 사용하지 않는 '페드로 코스타'의 작업은 철거민과 빈민촌의 사람들, 페허가 되어버린 공간을 이미지에 담아내는 것. 기록된 시간 이미지와 공간 이미지.... 기록된 이미지는 미래를 위해 새로운 것, 즉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초가 되며, 우리는 이것을 씨네마톨로지(Cinematology, cinema + symptomatology)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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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코스타(Pedro Costa, 1958년~현재)
포르투칼의 영화감독. 현재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감독들 중 형식적으로나 주제적으로나 가장 급진적인 감독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빛과 그림자를 유려하게 다루며 빈민촌의 삶을 시적인 터치로 담아내는 그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어느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독창적인 스타일을 창조하였다. 1989년에 완성한 첫 장편영화 <피>(O Sangue, Blood)가 베니스 영화제와 로테르담영화제 등에 초청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페드로 코스타의 대표작은 <뼈>(Ossos, Bones, 1997), <반다의 방>(No Quarto da Vanda, In Vanda’s Room, 2000), <행진하는 청춘>(Juventude em Marcha, Colossal Youth, 2006)으로 이어지는 3부작이다. 이 연작은 리스본 북서쪽에 위치한 빈민촌 폰테인하스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로 , 페드로 코스타의 정치적, 형식적 급진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의 대표작 <행진하는 청춘>은 감독이 폰테인하우스에 15개월 동안 체류하면서 그곳에 살고 있는 철거민들의 삶을 극사실적인 기법으로 담아 낸 수작이다. 이 영화는 캠코더 외에 아무런 조명 장비도 사용하지 않은 채 단지 여러 개의 거울과 반사판을 이용해 촬영되었다. 철거로 인해 텅 비어 버린 공간과 그 공간을 떠나지 못하고 유령처럼 떠도는 인물들이 희미한 빛을 받으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평온함과 고요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심층에서는 반인간적 상황에 대한 분노와 무기력한 인간에 대한 연민, 폐허가 되어버린 공간에 대한 절망 등이 한데 뒤섞인 채 들끓고 있는 작품이다.
페드로 코스타는 2014년작 <호스 머니>로 2014년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여전히 자신의 독창적이고 유려한 영화 스타일을 보여준다. <호스 머니>는 그의 영화 <행진하는 청춘>에 등장했던 인물 벤투라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70년대 중반 포르투칼 카네이션 혁명을 겪었던 그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인간과 공간 그리고 무엇보다 빛과 그림자를 적절히 활용하여 시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페드로 코스타는 이 영화에서 정점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