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후계자들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 리강
소크라테스가 죽을 때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묘사한 플라톤의 책 <크리톤>, <파에돈> 그 어디를 살펴봐도 그런 말을 찾을 수 없다. 아마 ‘악법’조차 국가의 법이라고 맹목적으로 따라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 누군가가 왜곡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잘못된 말인데도 한국의 교육 현장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소크라테스의 명언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소크라테스는 아테네를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아테네 시민이라는 것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느낀다. 그런 소크라테스가 아테네에 기거하면서, 아테네 폴리스의 보호를 받으면서, 아테네의 법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아테네 청년들에게 옳은 것은 옳은 것이고 그른 것은 그른 것일 뿐이라고 가르친 소크라테스가 그런 모순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생각에 잘못은 없을까?
국가의 법이라고 해서 맹목적으로 따라야 할까? 내 생명을 멸절시키는 데도 오로지 국가의 법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법의 명령에 따라야 할까?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권리를 보호하도록 만들어진 국가의 법이 어째서 그 나라의 국민인 ‘나’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말인가? 국가의 법이 국민을 죽이는 악법이라도 오로지 국법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켜야 할까?
소크라테스는 이런 갈등 상황에서 기꺼이 독배를 마시는 길을 택한다. 친구이자 제자인 크리톤이 간수를 매수해서 도망칠 수 있는 길을 다 열어 놓았는데도 그는 도망치지 않는다. 아테네 시민으로서 아테네의 법에 따라 독배를 마시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아주 기쁘게 받아들인다. 악법이라도 그것이 아테네의 법이므로 그 법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 너무도 순진한 아테네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결코 “악법도 법이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그는 아테네의 시민으로서 아테네의 악법에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독배를 마신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그는 그 말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는 국가주의자이다. 그는 전체주의자이다. 그는 국법 근본주의자이다. 그는 아무리 악법이라도 국가의 법이라면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 소크라테스가 한반도 남쪽에서는 위대한 성인(聖人)으로 추앙된다. 그런 소크라테스가 성인(聖人)으로 추앙되는 판국이니, 정권을 잡은 자들이 국가의 법을 악법으로 만들든지 말든지, 무조건 국가의 법은 따라야 한다. 소크라테스 같은 성인도 순순히 따르는 국법인데 하찮은 대한민국의 시민이 “악법은 지킬 수 없다.”고 외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런 자들은 경찰의 켑사이신 물대포로 아작을 내어야 한다. 소크라테스처럼 스스로 독배를 마실 때까지 지속적으로 물대포를 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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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지역신문공동체 <은평시민신문>에 게재된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