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사 : 2013년 금천구 북콘서트 <유리상자, 함민복을 노래하다>
○ 일시 : 2013년 11월 1일(금) 오후 7시 30분~ 10시
○ 장소 : 금나래아트홀
○ 출연 : 함민복(시인) · 유리상자(듀엣) · 정현(진행) · 정혜련·윤시원(바이올린 듀엣) · 이미지헌터빌리지(북마임) · 박솔하(성악) · 랑데뷰(청소년 듀엣)
↓ Ready
↓ 오프닝·정현·<가을 우체국 앞에서>·기타 반주 박찬웅
↓ 작가와의 대화(1)·함민복·정현
↓ 독자낭송·신인숙·시 <호박>
↓ 바이올린 연주·정혜련·윤시원· <Moszkowski suite> · <op.71 for 2 violin> · 피아노 반주
↓ 작가와의 대화(2)·함민복·정현
↓ 성악 박솔하·<Once upon a dream>·<il bacio>·피아노 반주
↓ 노래·랑데부·<싱크로율 100%>·<Thumbs up>
↓ 작가와의 대화(3)·함민복·정현
↓ 시 판토마임·이미지 헌터 빌리지·몸으로 읽는 시 <말랑말랑한 힘>
↓ 작가 낭송 · 함민복 · 시 <당신>
↓ 뮤지션과의 만남·함민복·유리상자·정현
↓ 유리상자 공연
↓ 클로징 · 함께 부르는 노래 · 정현
↓ 작가 사인회·함민복
↓ 후기
저마다 제 욕심만을 채웠던 이 '딱딱한' 세계에 그는 '말랑말랑'하게 앉아 있었다. '바쁘다'는 유리상자에게 자신의 시간을 잘라주며…. 눈물은 왜 짠가. 눈물은 왜 짜야 하는가. '눈꺼풀이 눈물을 자르'듯 그의 '말랑말랑한 힘'이 '딱딱한' 이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기를….
"함민복의 시는 생명은 물론 사물, 도구, 지구에 대한 예의와 겸손을 동반한다. 사찰을 보수할 때 나온 나무토막에 대한 예우,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를 날아가는 인간의 송구스러움. 이런 예의와 겸손이 그의 시세계에 품격을 부여한다. 함민복 시인은 자신의 시를 “인간과 세계를 번역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시에 의해 우리의 삶, 사회, 문명이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 보이지 않는 것, 애써 보지 않으려는 것들이 그의 시에서 재탄생한다. 누가 망자를 영구차 위에 올려놓자고 제안하는가, 누가 장애인 주차 표시가 매번 장애인 차에 깔리는 사태를 목격하는가. 누가 차라리 사람이 작아지는 방법을 궁구하자고 발언하는가. 급진 민주주의자 로베르토 웅거는 말했다. “상상력은 기억을 예언으로 전환시키는 능력이다.” 그렇다. 여기 상상력의 발휘가 있다. 상상력의 전위가 있다. 시의 궁극 목표는 인간과 세계를 변화시키는 데 있거니와 더 나은 삶과 사회를 꿈꾸는 것이 시의 권리이자 책무다."(이문재 시인)
이 가을, 함민복 시인을 만났다. 아카시아 꽃향기와 밤꽃 내와 들국화 향에 점령당하면서도, 대책회의 한번 열리지 않는 동막리에 사는. 밤새 담장 넘어오느라 수고한 향기들 손쉽게 다음 목적지로 갈 수 있도록 대문을 열어놓고 싶은 시인. 노숙 5일째, 핫도그를 들고 아기가 아장 아장 엄마 뒤를 따라 지나갈 때, 빼앗아 들고 씨익 웃으며 미친 사람 흉내내고 싶었던 날. 식당가 음식 냄새에도 영양가가 있을 것 같아 숨을 들이키고, 대신 물을 마시던 그. 부동산 가게 앞에 내놓은 짬뽕 그릇의 붉은 국물을 보며, 목울대로 침을 넘기던 그. 무심히 부르는 단어 하나 하나에도 의미를 되짚어보고, 아름다움이란 이름 속에 내재된 폭력성에 반성하는 그. 그의 말은 어눌하지만, 그의 마음은 어눌하지 않다. '모든 사물과 자연에 말을 걸어 본다'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무한한 공간과 탈구된 시간에, 기체와 고체와 액체와, 빛과 어둠과 소리와 침묵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감수성이 교류한다. 떠나서 다시 돌아오게 되는 어머니와, 지독한 짝사랑의 그리움과, 인간의 1차적 욕망을 외설스럽지 않은 솔직함과 재치로 풀어내는 그의 감각에 탄복한다. 그리하여 그의 조금 늦은 결혼과 가난에 나는 다시 감사하다.
어떤 이가 말했다. '타협하지 않는 인간은 우아하다'고. 자본주의의 헤게모니에 휘둘리는 현재의 인간과 세계를 변주하고 싶은 그는 진정한 음악가다. 흔들리는 그림자의 기억으로, 흔들려서 빛나는 그림자로. 잘 들리지 않아서 더 잘 들렸던. 너무 우아해서 오히려 두려운 그다. 사내와 개가 같은 밥을 따로 먹고, 사내가 전화기줄에 당겨져 외출하면 개의 기다림이 집을 지키고, 기다림에 지친 개가 제 밥을 놓아 새를 기르는. 이제 그 집의 주인은 사내가 아닌. 이 후에 개의 밥을 먹고 자란 새는 무엇을 기를까?
함민복 시인의 북콘서트에 가기 위해 얼마나 애썼던가. 함민복 시인의 시는 담백하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소재를 푹 고아서 진액을 낸다. 그 진액은 너무 쓰지도 않아 부담스럽지 않고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함민복 시인은 물질경제보다 마음경제가 풍요로운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서로의 속에 내가 있다고 내가 서로의 속에 있기 이전에 그리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가득했으면 좋겠단다. 공연하면서 능숙하게 진행한 정현이라는 가수분도 눈에 띄었다. 콘서트 주인공인 함민복 시인이 불편하지 않게 배려하는 모습, 또 예상치 못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 등….
또 어디선가 함민복님을 뵐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강화도에 인삼이라도 사러 가야 하려나.
↓ 시인의 말
함민복입니다. 저를 불러주시고 마음 써주셔 고맙습니다. 손님들이 멋진 노래를 들으며 좋은 시간 보낸 것 같으니까요. 그러면 됐지요. 대부분 시보다는 노래가 현장에서 더 발화하니까요, 노래가 꽃에 가깝다면 시는 꽃씨을 닮아 원체 그 반응이 더디니까요. 저는 오히려 저의 어눌한 말들이 행사 진행의 흐름을 막지나 않았나 걱정되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빌며….
이 가을, 강화에서 함민복 인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