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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턴 스미스에게

by 명화 posted Jun 2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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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 브라더는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전쟁은 평화 
  자유는 굴종 
  무식은 힘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우리는 사상 통제를 위해서 '신어'를 제작했고, 과거 통제를 위해서 '기억구멍'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하여 '이중사고'를 가능케 한 것이다. 그래, 윈스턴. 이제 정맥류성궤양은 가라앉았나? 안 됐네. 자넨 인간성을 지닌 마지막 인간이었는데······. 왜, 악은 때때로 선의 얼굴을 하고 다가오는지 아나? 왜, 험하게 생긴 얼굴 위로 기묘한 지성의 냄새를 풍기면서 말이야. 그것은 물고기를 낚기 위해 미끼를 던지는 행위와 같지. 하지만 선이란 없어. 다만 선과 악을 만들어내는 구조가 있을 뿐이다. 자네는 금지된 곳에서 공책을 사 오는 날부터 불안과 공포를 가지게 되었지. 엄밀히 따지면, 사고와 행동을 지나치게 속박하는 당에 반발을 느끼는 순간부터였다고 해야 맞는 말인가? 참 이상한 일이야. 지나치게 염려하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지만, 은밀한 두려움이 오히려 현실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 나의 속임수에 넘어갔다는 것이 아직도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는가? 그러게 조심을 했어야지. 자네와 내가 다른 분명한 까닭은, 자네는 들켰고 난 결코 들키지 않는다는 사실일세. 빅 브라더의 덥수룩한 수염이 언제든 나를 보호해 주거든. 내가 그의 뒤에 숨어 있기를 원하는 것은 내 것을 온전히 지키기 위함일세.

 

  그래, 윈스턴. 내 고문 실력은 어떠했나? 아주 훌륭하지 않은가? 자넨 애정부로 끌려오기 전, 중지할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것을 놓쳐버렸다네.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내 으리으리한 대저택의 현관 앞에 섰을 때 빨리 눈치를 챘어야 했어. 인간의 존엄성이라든가, 비판적 이성이라든가, 자네가 그토록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사랑마저도, 거대한 지배 시스템에 의하여 행하여지는 극단적 폭력 앞에서 그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깨닫지 않았나? 이 세상 어떤 이유로도 자기의 육체적 고통이 더 해지기를 바랄 수는 없어. 인간을 그저 하나의 사물로 놓고 보면 무한히 다루기가 쉬워. 우리에겐 오직 권력만이 관심사고 목적이야. 이를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은 끝나지 않는 전쟁에 있단 말일세. 무산 노동자는 그냥 가난한 채로 내버려두면 되고, 혁명의 가능성이 있는 외부당원은 2%의 내부당원이 끊임없이 감시하고 불만의 씨를 제거하기만 하면 되거든.

 

  그래, 윈스턴. 내 끝으로 세 가지만 묻겠네. 자네는 아직도 '골드스타인'이 존재한다고 믿는가? 정말 자신을 이겼다고 생각하는가? 또한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는 말은 사실인가?······. 그렇다면 그 대답은 과연 진실인가?······. 쯧쯧쯧. 아직도 모르겠는가? 진실이냐 허위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초여름날   오브라이언이.

 

 

 

 

  (조지 오웰의 책 <1984> 서평을 편지글 형식로 재구성하였습니다.)

 

 

 

 

··························································································································································································································································································

  마트를 갔다 오는데 전봇대 위에 CCTV가 눈에 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또 그 안에서도. 집 안에 들어와서도 두리번거리게 된다.

  나는 요즈음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자주 잊는다.
··························································································································································································································································································

 

 

 

 

 

 

  • profile
    묵와 2013.06.24 22:12

    오브라이언-되기. 집으로 날아온 편지처럼 섬뜩하고, 그래서 매우 실감나게 들립니다. 책을 다시 읽고 싶게 만드는 글. ^^ 좋은 글 항상 감사합니다.

  • profile
    이우 2013.06.25 01:23
    ... "진실이냐, 허위냐는 중요하지 않다." 공감합니다.
  • ?
    순한꽃 2013.07.03 08:53
    짝 짝 짝 잘 보았습니다. 최고!!
  • profile
    정현 2013.08.04 21:35
    최근 개봉작, <감시자들>을 봤습니다. 살인폭력범을 잡기 위해, 국가기관인 경찰에서 비밀리에 위장,변장하고, 감시 이외에 사람이 앞에서 죽어가도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는 공익광고같은 영화였지요. 극장을 나서면서 어쩌면 나도 감시 받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의심으로 주위를 두리번 거렸습니다. 빅 브라더에서 빅 데이터. 여전히 통제와 감시속에 소비할 자유만을 보장 받는 대~한~ 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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