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상 :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인문학기행팀(신촌·분당)
○ 모인 장소 : 전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
○ 모인 시간 : 2013년 2월 23일(토요일) 오후 3시
○ 헤어진 장소 : 수연산방
○ 헤어지는 시간 : 2013년 2월 23일(토요일) 오후 7시
○ 사진 촬영 테마 : 사랑
▲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 열세번째 기행, 성북동 사랑길을 걸었습니다.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김광섭의 시 <성북동 비둘기> 때문에 '비둘기 길'이라 이름 붙어진 이곳...
▲ 아직 잔설이 남아 있는 골목을 따라 만해 한용운이 기거했던 심우장(尋牛莊)을 만납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의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 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 멀었습니다 /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에 /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한용운의 <님의 침묵>).' 심우장이 있는 산기슭에는 벌써 목련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얼마 있지 않아 '사랑의 슬픔이 터지듯' 꽃을 피워 올릴 겁니다.
▲ 삼청동길을 걸어 길상사에 닿았습니다. 1960년대와 70년대 그리고 80년대 말까지 삼청각, 청운각과 함께 최고급 요정의 하나였던 대원각 자리. 성북동 깊숙한 산자락의 대원각 주인이었던 김영한 여사와 시인 백석이 사랑이 만든 사찰입니다. 백석 시인은 그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쓰며 김영한과의 사랑을 노래했습니다. '가난한 내가 /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 눈은 푹푹 날리고 /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큰돈을 기부한 것이 아깝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 돈은 그 사람의 시 한 줄만도 못하다'고 답했던 길상화 김영한. 그 사랑이 곱습니다.
▲ 수연산방(壽硯山房). 1930년대 <한국의 모파상>이라고도 불리며 당시 소설계를 대표했던 소설가 이태준의 고택. 고풍스런 한옥 마루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자본과 정치이념에 포획되어 살아서도 죽어서도 사랑을 못한다는 어느 인문학자의 일갈이 떠오르는 저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