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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7_대학로

by 이우 posted Sep 11, 2012 Views 5079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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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 답사 ]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7
대학로

 

 

○ 대상 :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인문학기행팀
○ 모이는 시간 : 2012년 9월 15일(토요일) 오후 2시
○ 모이는 장소 :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전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
○ 헤어지는 시간 : 2012년 9월 15일(토요일) 오후 6시
○ 헤어지는 장소 : 대학로 학림다방
○ 사진 촬영 테마 : 이데올로기
○ 촬영 사진 올리는 곳 : http://www.epicurus.kr/xe/photography

 

 대학로지도.jpg

 

  흔히 386세대라면 대학로 대로에서 민주화를 외치고 막걸리 한 사발에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걱정하던 시절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고, 이후의 세대들은 대학로에서 미팅도 하고, 연극도 보고 시원한 생맥주 한잔을 들이키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국어사전에서는 대학로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서울에 있는 문화 예술의 거리. 혜화동에서 이화동에 이르는 길이 1,200미터의 거리로, 각종 문화 행사가 열린다.”라고 되어있다. 그런데, 왜? 지명이 대학로일까? 대학로가 왜 대학로인지를 알기위해서는 시간을 따라 지금부터 약 600여 년 전인 조선개국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조선조가 개국하면서 한양천도(漢陽遷都)에 따라 새 도읍지의 동쪽, 즉 해가 뜨면 제일 먼저 햇살이 비치는 아늑한 동산에 만년대계의 가르침과 배움의 터전을 잡고자 태조 7년(1398년)에 지금의 국립대학 격인 조선시대 최고의 교육기관 성균관을 설치하였고 그 주변인 현재의 명륜동과 혜화동 일대를 '가르침을 높이 여긴다'라는 뜻으로 '숭교방(崇敎坊)'이라 이름 지었다. 성균관이 자리한 곳으로부터 종로에 이르는 길가의 땅이름도 하나 같이 충(忠), 효(孝),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을 따서 인의(仁義)동, 예지(禮智)동, 충신(忠信)동, 효제(孝悌)동과 같은 이름을 붙임으로써 성균관에 이르는 거리 전체가 학문의 냄새가 물씬 풍기도록 했다. 조선 태조가 교육과 인재양성에 얼마나 역점을 두었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이후 일제시대에 숭교방 동쪽이라는 의미로 동숭(東崇)동으로 행정구역이 개명되었으며 일제 치하에서 우리의 애국지사들은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1920년 이후 조선교육회를 조직하여 대학의 설립을 계획하고 일제의 인가를 받으려 하였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대신에 조선총독부는 조선교육령(일제시스템이 잘 따라 올 수 있는 식민사회건설이 조선인 교육의 목표)을 개정하여 대학을 만들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여 1924년 경성제국대학관제를 공포하고 경성제국대학을 동숭동과 연건동의 9만여 평에 설립하였다. 경성제국대학이 동숭동에 들어서게 된 이유는 도심을 벗어나 조용한 환경과 낙산에 의한 자연환경을 갖춘 탓도 있었지만, 1916년에 경성공업전문학교로 승격한 공업전습소(현 한국방송대학교 본관)과 대한의원(현 서울대학병원), 부속의학교(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등의 기존의 교육시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방이후 경성제국대학은 1946년 8월 국립종합대학안(國立綜合大學案)이 확정?공포됨에 따라 국립 서울대학교로 정식 발족하게 되었으며, 1975년 관악 캠퍼스로 이주하기 전까지 대학본관(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본관)을 비롯하여 문리과대학과 법과대학(현 마로니에공원과 아르코미술관 일대), 의과대학(지금의 서울대학병원)이 대학로에 있었으며, 그 때부터 대학생과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젊음과 낭만의 거리로 불리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대학로를 '문리대길'이라 불렀으며, 그 길에는 조그마한 하천이 흐르고 있었다. 그 때 서울대 학생들은 그 하천을 '세느강'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젊음과 철학 그리고 세느강이 흐르는 문리대길은 이후 지하철 공사와 도로확장을 위해 세느강은 복개되었고, 지금은 6차선도로와 지하철이 당시의 추억을 실어 나르고 있다.

 

  또한 4.19와 유신반대 등 학생운동도 이곳 문리대길인 대학로가 중심이 되기도 하였다, 옛 조선시대 유생들이 불의를 못 참고 울분을 토하던 그 거리는 현대로 넘어오면서 자유와 민주화를 외치는 학생운동의 터전이 되었다. 학문과 자유를 수호했던 젊은이의 정신이 숭교방(崇敎坊)에서 대학로까지 그 맥을 이어오고 있으며, 이것이 오늘날의 대학로를 지키는 힘이 아닐까 한다.

 

  1975년 서울대학교가 관악캠퍼스로 옮긴 뒤 그 자리를 공원으로 조성하였는데 옛 경성제국대학 시설에 심은 마로니에 나무가 많아 1976년 3월 마로니에공원으로 지정하여 현재까지 대학로의 상징이 되고 있다, 또한, 경성제국대 본관에서 서울대 본관으로 사용해 왔던 건물은 같은 해 10월 한국문화예술진흥원(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본관으로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으며 이후 79년 10월 마로니에공원 내에 문예진흥원 마로니에 미술관과 81년 4월 문예진흥원 예술극장을 각각 개관하며, 젊음과 낭만의 거리에서 문화예술의 거리로 변모하는 계기가 된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자리 잡기 시작하며 마로니에공원을 중심으로 소극장, 미술관 등 다양한 문화공간들이 속속 대학로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한국현대건축의 양대산맥인 건축가 故김수근선생(올림픽주경기장 설계)이 마로니에미술관(현 아르코미술관, 1979년)과 문예진흥원 예술극장(현 아르코예술극장 1981년)을 비롯해 혜화역 2번 출구 앞에 자리한 샘터사옥(1979년), 방송대학교 건너편에 있는 한국국제협력단(구해외개발공사, 1979년) 본관을 건축하는 등 대학로를 문화의 거리로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어 거리의 분위기를 주도하였고 이후 한동안 김수근식 벽돌 건물들이 대학로의 주류를 이루면서 대학로가 명실상부한 문화의 거리가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이후 1985년 5월 5일 이화사거리부터 혜화로터리에 이르는 폭 40m 6차선의 길이 1.2km의 구간을 문화예술의 거리로 조성하면서 대학로라는 거리명칭이 지정되었고 주말이면 차 없는 거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숭교방에서 문리대길, 동숭동에서 문화예술의 거리로 변화된 대학로는 서울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을 대표하는 거리가 되기는 했지만 대학로가 문화예술의 거리로 지정된 것에는 아쉬운 정치적 상황이 깔려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당시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정권은 군사정권의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일련의 문화적 조치들을 취하기 시작하는데 그 대표적인 내용이 교복자율화와 두발자유, 야간통행금지 해제, 여의도에서의 국풍축제, 해외여행 자유화, 프로야구 그리고 바로 대학로의 주말 축제 거리 조성이다. 따라서 비록 정권의 이미지 관리 차원이기는 하지만, 이때부터 대학로는 축제의 거리, 문화의 거리, 자유공간이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무렵부터 대학로에는 연극소극장인 샘터파랑새극장과 마로니에극장을 비롯해 바탕골소극장, 성좌소극장, 연우소극장, 대학로극장 등 10여개의 소극장들이 개관하면서 연극 클러스터(Cluster)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또한, 주말의 차 없는 거리를 통해 젊은 예술가는 물론 아마추어 공연 등 다양한 거리 공연이 생겨나 대학로를 젊음과 자유와 낭만과 예술의 거리로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이후 대학로에는 또 한번의 정치적 상황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1987년 6.10 민주항쟁 때에도 대학로는 호헌철폐와 민주주의를 외치는 정의와 자유를 대표하는 거리였다, 그러나 이후 정의와 자유는 사라지고 집단이기주의에 의한 데모의 거리, 탈선의 거리, 향락의 거리로 변질되기 시작하고 급기야 1989년 차 없는 거리의 폐지라는 씻을 수 없는 치욕을 겪는 시절이 되었다.

 

  90년대에 들어와서 정치운동의 쇠퇴와 세계화, 거리환경 개선사업과 더불어 대학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국가가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를 외치며 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도 대학로의 변화에 큰 몫을 했고 특히, 1991년 연극영화의 해를 기점으로 대학로에는 소극장과 문화예술단체의 증가, 상업공연의 등장 등 다양한 변화를 겪으며 지금의 대학로의 모습을 만드는 기틀을 마련하기 시작한다. 

 

  문화의 세기,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대학로에 또 다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이번 바람은 과거와는 달리 거의 태풍과 같은 위력적인 변화의 바람이다. 바로 문화가 산업화되면서 변화되는 새롭고도 강력한 바람인 것이다, 과거 대학로에 순수함과 낭만이 있었다면 이제는 경제성과 다양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학로에서는 많은 소공연장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생긴다, 무엇보다도 문화산업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는 뮤지컬이 대학로로 유입되면서 소극장 뮤지컬의 바람을 일으켰다. 연극 역시 순수의 범주에서 탈피하여 산업으로 가는 발걸음을 시작하였다, 문화도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하여 경제적인 논리로 문화를 접근하는 것이 곡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문화의 거리 대학로 전체가 문화산업이라는 미명하에 상업화를 꾀하고 있는 거친 바람은 다소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동덕여대를 필두로 상명대, 중앙대, 우석대, 청운대 등 각 대학의 예술학과들이 그 보금자리를 대학로로 옮기면서 대학로의 산업화와는 또 다른 바람을 만들고 있다. 옛 시절 숭교방에서 시작된 학문의 거리는 이제 문화와 만나 예술과 문화, 그리고 학문이 함께 대학로의 미래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2004년 5월 8일 대학로가 인사동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로 문화지구로 지정이 되어 명실상부한 문화의 거리로써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문화지구란 '문화시설이 밀집되어 있거나 이를 계획적으로 조성하고자 하는 지역, 문화예술행사 축제 등 문화예술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지역'을 의미한다. 대학로가 문화지구가 된 것은 대학로에는 아르코예술극장을 비롯한 100여개의 공연장과 쇳대박물관, 로봇박물관, 짚풀생활사 박물관, 의학박물관 등 4개의 박물관, 아르코미술관, 갤러리정미소, 목금토갤러리, 샘터갤러리 등의 미술관, 하이퍼텍나다와 CGV대학로 영화관 등 다양한 문화공간이 관객들을 위해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고, 또한 숨어있는 대학로만의 소중한 문화재가 많이 있다.

 

  마로니에 공원을 중심으로 옛 서울대학교 본관(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본관, 사적 제 278호)과 옛공업전습소본관(사전 제 279호),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이신 이승만 대통령이 살았으며, 이승만기념관이 있는 이화장(서울시 기념물 제6호과 포플러와 마로니에나무가 있는 마로니에공원, 대학로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낙산공원, 1000여개가 넘는 다양한 먹거리, 유명브랜드의 옷가게부터 개인 부티크에 이르는 패션문화까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대학로야 말로 공연문화의 메카(밀집지역)로 다양한 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지구이며 특구로 진정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 출처 : 서울문화재단 “문화+서울” )

 

 1. 대학로 거리

 
  … 대학가와 대학로의 차이는 엄청난 것이다. 대학로를 소리나는 대로 적으면 대항노. 아니면, 대항로가 될 것인데. 그 때문인지 그 거리는 그야말로 대항의 신작로로 변하여 시국 규탄대회가 열려 최류탄이 난무하기 일쑤이고, 기성세대에 대항하는 젊은이들이 무리져 와서 마음껏 북 두드리고 괭과리 치고 기타 치고 춤추고 악을 쓰다가 술에 취해 쓰러져 자기 일쑤였다. 새벽 두세 시에도 젊은이들이 집단적으로 고래고래 소리치며 부르는 노랫소리가 만우 씨의 고막을 얼얼하게 만든 것은 다반사로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만우 씨는 그 거리에 빽빽하게 둘러선 무슨 무슨 레스토랑의 간판을 무슨 무슨 레지스탕스로 읽곤 할 정도였다. 레스토랑이던 레지스탕스이든 저런 것들이 한 거리에 저렇게 많이 있을 필요가 있는 건지 만우 씨로서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한편, 연극이나 영화 같은 것을 구경하고 싶을 때는 편리한 점도 있긴 했다. 그 거리에 꽤 많은 연극 공연 극장들이 모여 있고, 제법 쓸 만한 영화관도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재즈 까페도 있고, 심지어 낭만적인 시절에나 있을 법한 고전음악 감상실까지 들어서 있었다. 그리고 만우 씨는 이 동네에서 10년도 더 넘게 살아 오고 있고 지금도 이 동리를 떠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자로서, 이 동리에 머무름으로써 얻게 되는 그럴 듯한 이익들을 어떻게 해서든지 찾아내 보려는 버릇들이 있기도 했다.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거리의 활달함 같은 것도 창작 생활에 보탬이 될 거라는 식으로 말이다. 무엇보다 만우 씨가 술을 마실 만한 적당한 공간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는 사실이 가장 유리한 점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었다.  …

 

( 조성기의 소설 <우리 사대의 소설가> 중에서 )

 

 

  그의 말처럼 대학로를 소리나는 대로 적으면 ‘대항로’고, 그 발음처럼 대학로는 한 때 젊은이들의 ‘대항의 장소’였다. 그런데 이제 그 레지스탕스들의 집합지에 레스토랑이 들어찼다. 잠시나마 대학로에 서울대학교가 있었지만 이제 대학로에서 대학의 향취를 찾는 것은 불가능해질 정도로 소비의 거리가 되어버린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문화예술 공연장들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2. 샘터사

 

  혜화역 2번 출구에는 벽돌 건물 샘터사가 있다. 피천득, 정채본, 법정스님, 이해인 수녀 등 우리가 잘 아는 필자들이 샘터사에서 수필집을 냈다. 수필집이 잘 팔리던 시절, 필통 한 귀퉁이, 수첩 한 면에 좋은 글귀 몇 구절을 적어 붙이고 다녔던 시절이 있었고, 이들 책상에는 어김 없이 샘터사의 수필집 한 두권이 꼭 놓여 있었다.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여 삶을 변화시키던 힘이 이제는 현란하고 가벼운 자기계발서류들이 차지해 버린 우리의 현실이 씁쓸하다. 샘터사 일층 입구 유리창에는 피천득 수필집 <인연>에 실린 <오월>의 문장이 발췌되어 있다.

 

  …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

( 피천득 <오월> 중에서 )

 

 

3. 김광균 시비

 

  샘터사 옆 도로가에는 김광균 시비가 있다. 김광균 시인의 십주기인 2004년 구상 시인을 비롯한 친지들과 가족들이 세운 이 시비에는 일제강점기인 193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설야>가 새겨져 있다.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췬 양 흰 눈이 나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나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 눈은 나려 나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우에 고이 서리다.

( 김광균의 <설야(雪夜> 전문 )

 

 

 4. 학림다방

 

  김광균 시비 앞 횡당보도를 지나면 약국 건물 이층에 학림다방이 있다. 나무 계단을 올라가면 음악과 커피향이 흘러나온다. 1956년부터 이곳에 자리를 튼 학림다방은 서울대학교가 대학로에 있던 시절, 문리대 제25강의실로 불리울 정도로 대학생들의 아지트였다. 젊은 객기와 혈기, 울분을 어쩌지 못하는 젊은이가 방황하던 이곳은 당시 청춘이던 이들이 이제 추억 삼아 머물다 가는 곳이 되었다. 학림다방의 두툼한 방명록을 볼 기회를 얻는다면 알 만한 인물들의 기록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 나의 학림. 방학이 끝나고 서울역에 5시 반에 내리면 갈 데가 없어서, 이불 보따리 책 보따리 들고 찾아와 새벽 잠을 자던 학림, 나의 고향, 나의 청춘, 나의 상실, 내가 슬피 울던 곳, 보첼로를 청해 듣던 곳.( 1990년 6월 15일, 김승옥 ) …

 

  … 달빛 밝은 밤이면 수만 리가 한 마을입니다.(2004년 정월, 황석영 ) …

 

  … 희미한 옛사랑이 머물던 곳. 학림다방에 4?19세대 한 사람이 34년 만에 다녀가다.(1994. 5. 2, 김광규) …

 

  방명록을 남긴 김광규 시인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는 이 시절을 살아간 젊음들에게는 아직도 명시로 남아 있다. 4?19혁명이 나고 18년 뒤 쓴 이 시에는 4.19 혁명이 나기 전 젊은 시절에 대한 회상과 중년의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씁쓸하게 담고 있어 아직도 먹먹하다. 우리 시대를 규정하는 조건들 속에서 더 이상 저항을 하지 않는 젊음을 바라보며 묻고 싶다. 그대들은 행복한가, 행복한가….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는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 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적잖은 술과 비싼 안주를 남긴 채
  우리는 달라진 전화번호를 적고 헤어졌다
  몇이서는 포커를 하러 갔고
  몇이서는 춤을 추러 갔고
  몇이서는 허전하게 동숭동 길을 걸었다
  돌돌 말은 달력을 소중하게 옆에 끼고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온 곳
  우리의 옛사랑이 피흘린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 잎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기의 건강을 이야기했고
  또 한 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

( 김광규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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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15 남산산책로(북측순환로B) ○ 대상 :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인문학기행팀(신촌·분당), 이외 신청자 ○ 모이는 시간 : 2013년 3월 23일(토요일) 오후 2시 ○ 모이는 장소 : 서울역문화관(문화역서울 284) ○ 헤어지는 장소 : 남산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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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02
    Mar 2013
    04:02

    [기행]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14_북촌 한옥마을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14 북촌 한옥마을 ○ 대상 :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인문학기행팀(신촌·분당) ○ 모이는 장소 : 전철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 ○ 모이는 시간 : 2013년 3월 9일(토요일) 오후 2시 ○ 헤어지는 장소 : 전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 ○ 헤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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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19
    Feb 2013
    15:45

    [기행]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13_성북동 사랑길

    [ 기행 ]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13 성북동 사랑길 ○ 대상 :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인문학기행팀(신촌·분당) · 게스트 ○ 모이는 장소 : 전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 ○ 모이는 시간 : 2013년 2월 23일(토요일) 오후 3시 ○ 헤어지는 장소 : 길상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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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1
    Dec 2012
    16:37

    [기행]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12_경복궁·국립민속박물관

    [ 답사 ]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12 경복궁-국립민속박물관 ○ 대상 :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인문학기행팀 외 ○ 모이는 장소 : 경복궁 매표소 ○ 모이는 시간 : 2012년 12월 22일(토요일) 오후 3시 ○ 헤어지는 장소 : 국립민속박물관 정문 ○ 헤어지는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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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07
    Dec 2012
    16:13

    [기행]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11_소공동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11 소공동 산책로 ○ 대상 :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인문학기행팀 · 게스트 ○ 모이는 장소 : 전철 4호선 회현역 7번 출구 ○ 모이는 시간 : 2012년 12월 8일(토요일) 오후 3시 ○ 헤어지는 장소 : 명동예술극장 ○ 헤어지는 시간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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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19
    Nov 2012
    20:41

    [답사]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10_ 낙산벽화마을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 낙산벽화마을 □ 한겨례 인문학 답사(10) : 낙산 벽화마을과 낙산성곽 ○ 모이는 장소 : 대학로 마로니에공원(4호선 혜화역 2번 출구) ○ 모이는 시간 : 2012년 11월 24일(토요일) 오후 3시 ○ 사진 촬영 테마 : 文 ○ 헤어지는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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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14
    Oct 201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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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사]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9_남한산성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9 남한산성 ○ 대상 :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인문학기행팀 및 게스트 ○ 모이는 시간 : 2012년 10월 20일(토요일) 오후 1시 ○ 모이는 장소_ 8호선 산성역(2번출구) ○ 사진 촬영 테마_ 자유 테마 ○ 헤어지는 장소_ ( 추후 공고 ) ○ 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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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24
    Sep 2012
    17:27

    [답사]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8_ 동묘 풍물시장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8 동묘 풍물시장 ○ 대 상 :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인문학기행팀 ○ 모이는 시간 : 2012년 10월 6일(토요일) 오후 3시 ○ 모이는 장소 : 동묘공원(전철 1호선?6호선 동묘앞 3번 출구) ○ 헤어지는 시간 : 2012년 10월 6일(토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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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11
    Sep 2012
    21:51

    [답사]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7_대학로

    [ 인문학 답사 ]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7 대학로 ○ 대상 :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인문학기행팀 ○ 모이는 시간 : 2012년 9월 15일(토요일) 오후 2시 ○ 모이는 장소 :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전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 ○ 헤어지는 시간 : 2012년 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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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03
    Jul 2012
    20:54

    [답사]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6 _남산산책로(북측순환로B)

    [ 답사 ]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6 남산산책로 _북측순환로B ○ 대상 :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인문학기행팀(신촌·분당) ○ 모이는 장소 : 숭례문 정문 ( 서울역 4번 출구에서 나와 직진, 도보 2분 ) ○ 모이는 시간 : 2012년 7월 7일(토요일) 오후 3시 ○ 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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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18
    Jun 2012
    17:49

    [답사]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5_북촌 한옥마을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5 북촌 한옥마을 ○ 대상 :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인문학기행팀(신촌·분당) ○ 모이는 장소 : 전철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 ○ 모이는 시간 : 2012년 6월 23일(토요일) 오후 3시 ○ 헤어지는 장소 : 전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 ○ 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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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06
    Jun 2012
    17:40

    [ 답사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_성북동 사랑길

    [ 답사 ]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4 성북동 사랑길 ○ 대상 :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인문학기행팀(신촌·분당) ○ 모이는 장소 : 전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 ○ 모이는 시간 : 2012년 6월 9일(토요일) 오후 3시 ○ 헤어지는 장소 : 길상사 ○ 헤어지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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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15
    May 2012
    18:44

    [답사]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_ 경복궁/국립민속박물관

    [ 답사 ]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3 경복궁-국립민속박물관 ○ 대상 : 한겨레교육문화센터(분당) 인문학기행팀 외 ○ 모이는 장소 : 경복궁 매표소 ○ 모이는 시간 : 2012년 5월 19일(토요일) 오후 2시 ○ 헤어지는 장소 : 국립민속박물관 정문 ○ 헤어지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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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23
    Apr 2012
    11:37

    [답사]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 : 소공동 산책로

    서울을 걸어 인문학을 만나다 소공동 산책로 ○ 대상 : 한겨레교육문화센터(분당) 인문학기행팀 외 ○ 모이는 장소 : 전철 4호선 회현역 7번 출구 ○ 모이는 시간 : 2012년 4월 28일(토요일) 오후 2시 ○ 헤어지는 장소 : 명동예술극장 ○ 헤어지는 시간 : 2012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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